나 때문에 섭섭하다 상처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관계로 내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의 정서가 은근히 연약하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에 있어 그런가 보다 하고 시큰둥하게 넘어가는 편이지만 나도 아직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아 잘 모르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한 없이 상처가 나고 곪는다는 점.
예를들어, 평소에는 자존심 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편이고 나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정하고 있지만 관습화된 인생에 나를 구겨 넣으려고 하는 경우에는 큰 상처를 입음과 동시에 심하면 다짜고짜 절교 해 버린다. 물론 한 번 말 실수 했다고 해서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 건 아니고 여러 번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거나 상대가 상처를 주고도 그걸 전혀 깨닫지 못해 재차 같은 우를 범할 걸로 예상될 때에 그렇게 된다. 특히나 그러한 언중에 은근히 자기 잘난 체를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면 두 번 다시 상대하지 않게 된다. 진심어린 충고와 인격적 모독은 분별하기 어려운 뉘앙스가 아니니까.
아... 복잡한 심경을 장황하게 풀어내다 보니 벌써 지쳤다.
뭐 좋은 일이라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 길게 왈가왈부 하겠는가.
직구를 던지기 좋아하는 내 방식대로 간단히 얘기하자면,
당신을 섭섭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누구를 섭섭하게 하거나 상처 주려고 의도한 적은 없습니다.
당신이 불쑥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자고 했고 나는 예의를 갖춰 대접해 드렸습니다.
먼 이국 타향에서 허공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때 나는 생전 본적도 없는 당신의 손을 잡아 드렸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당신은 고맙다며 한국에 들른 짧은 일정 속에서도 식사를 대접했고 선물도 주었습니다.
기약할 수 없는 여정을 떠나시는 날 앞으로도 건강하라며 전화도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트위터에서 나를 언팔 했습니다.
그건 왜 일까 많이도 생각해 봤지만 답을 낼 수 없었습니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해명을 들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오늘 제 트위터 친구들의 숫자에서 하나가 줄었습니다.
저는 언팔할 친구들이 없기에 확인해 보니 당신의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저를 블록하셨더군요.
다툼이 일었을 때 남자들은 이유를 말 헤 달라하며 여자들은 그걸 꼭 내 입으로 말 해야 아냐며 윽박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만한 남녀관계도 아니고 어떠한 언쟁도 없었지 않습니까.
최소한 그럴 기회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찝찝해하지 않았죠.
보트 운전 면허를 따겠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일방 통행을 하시면 안 됩니다.
망망대해에서도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GPS를 통해 알려야잖습니까.
저는 다른 건 필요 없고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을 뿐 입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