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자주 겪는 일이다.
날아다니는 모기를 양 손으로 박수치듯 잡을 때.
잡았나 싶어서 손을 펼쳐보면 아무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주변을 훑어봐도 모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 앞에 생생했는데
짠 하는 소리와 함께 마술처럼 사라진 모기.

종종 사람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할 때도 있지만
찰나의 순간에 떠나간 사람들 앞에서는
여름 밤 허공에 내지르던 박수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리는 어땠을까 상상하며.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단지 그것 뿐입니다.
지 맘에 안 든다고 학생 패는 음대 교수나
홍보를 위해 가수를 강남역 뽀뽀녀로 만드는 소속사나
진짜 지랄들도 가지가지로 한다.
이충성 선수가 아시안컵 결승골의 주역이 되었다.
내내 벤치를 달구고 있다가 연장전에 겨우 교체되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호주의 수비 때문에 완벽한 기회를 얻었다.
최종 수비수가 공격수를 보지도 않고 멀찍이 도망가 버려 이충성 선수의 반경 3m 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나.
이게 오락실 게임이었다면 분명 버그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에이 씨발. 역시 축구 오락은 90년대 세이부축구 이후로 죽었어.'라고 화를 내며 당장 기계를 발로 찼을 법 하다.
19번의 스트라이커는 하늘이 주신 기회에 걸맞게 호쾌하고 그림같은 발리 슛으로 호주의 그물망을 갈랐다.
그리고는 소녀시대의 '훗훗훗'보다 더 빛나는 세레머니로 그동안의 설움을 관중석 멀리 날려 버렸다.

이충성이 이 골로 일본의 영웅이 되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드라마같은 삶에 대한 기사가 여럿 나왔다.
'반 쪽발이'로 불리며 설움 받던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과 그로 인해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 했다는 슬픈 사연과 함께 그나마 네가 결승전의 주인공이 되어 참 다행이라는 네티즌들의 축하까지.
뭐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오버하시는 양반들이 간간히 보인다.
이래서 한국은 안 된다느니, 선진국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느니.
이충성 선수가 한국 국가대표 시절에 받아던 차별을 lim x→∞로 보내 한 점으로 수렴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를 숙연해지게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패배의식에 찌들고 싶은 건지 속사정은 알 길 없으나 행여 이충성 선수가 한국에서 받았을 상처에 대신 아파하고 미안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을까봐서 굳이 한 마디 걸고 넘어지련다.

"선진국에서도 텃세는 물론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남아있습니다. 딱히 한국이라서 그런 건 아니니 확대 해석 말아주세요."

사람은 큰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장하는 법 아니겠는가.
나이를 먹으니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뭐 이렇게 따지는 게 많아졌냐.
따지는 게 많아진 이유를 거꾸로 거슬러 보자면 역시 나이를 먹어 신중해 진 것이겠지.
지인들 처럼 매주 소개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는 건실한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나 가능한 호사다.
그렇다고 소개팅 비용을 줄이자고 차 마시는 시간을 생략하고 만나자 마자 밥을 먹기는 싫은데 익숙해져야 하나?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던 요즘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서울 외 지역이나 외국에 거주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너무 종교에 심취해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심하게 어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애인이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당장 결혼이 급한 사람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외모에 비해 성격이 별로였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진지한 만남을 가져보고 싶은 사람을 겨우 겨우 찾게되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슬슬 나의 인연은 저 현해탄 건너 일본이나 실크로드의 중심, 우즈베키스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나 때문에 섭섭하다 상처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관계로 내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의 정서가 은근히 연약하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에 있어 그런가 보다 하고 시큰둥하게 넘어가는 편이지만 나도 아직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아 잘 모르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한 없이 상처가 나고 곪는다는 점.

예를들어, 평소에는 자존심 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편이고 나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정하고 있지만 관습화된 인생에 나를 구겨 넣으려고 하는 경우에는 큰 상처를 입음과 동시에 심하면 다짜고짜 절교 해 버린다. 물론 한 번 말 실수 했다고 해서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 건 아니고 여러 번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거나 상대가 상처를 주고도 그걸 전혀 깨닫지 못해 재차 같은 우를 범할 걸로 예상될 때에 그렇게 된다. 특히나 그러한 언중에 은근히 자기 잘난 체를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면 두 번 다시 상대하지 않게 된다. 진심어린 충고와 인격적 모독은 분별하기 어려운 뉘앙스가 아니니까.

아... 복잡한 심경을 장황하게 풀어내다 보니 벌써 지쳤다.
뭐 좋은 일이라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 길게 왈가왈부 하겠는가.
직구를 던지기 좋아하는 내 방식대로 간단히 얘기하자면,

당신을 섭섭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누구를 섭섭하게 하거나 상처 주려고 의도한 적은 없습니다.
당신이 불쑥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자고 했고 나는 예의를 갖춰 대접해 드렸습니다.
먼 이국 타향에서 허공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때 나는 생전 본적도 없는 당신의 손을 잡아 드렸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당신은 고맙다며 한국에 들른 짧은 일정 속에서도 식사를 대접했고 선물도 주었습니다.
기약할 수 없는 여정을 떠나시는 날 앞으로도 건강하라며 전화도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트위터에서 나를 언팔 했습니다.
그건 왜 일까 많이도 생각해 봤지만 답을 낼 수 없었습니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해명을 들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오늘 제 트위터 친구들의 숫자에서 하나가 줄었습니다.
저는 언팔할 친구들이 없기에 확인해 보니 당신의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저를 블록하셨더군요.
다툼이 일었을 때 남자들은 이유를 말 헤 달라하며 여자들은 그걸 꼭 내 입으로 말 해야 아냐며 윽박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만한 남녀관계도 아니고 어떠한 언쟁도 없었지 않습니까.
최소한 그럴 기회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찝찝해하지 않았죠.
보트 운전 면허를 따겠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일방 통행을 하시면 안 됩니다.
망망대해에서도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GPS를 통해 알려야잖습니까.
저는 다른 건 필요 없고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을 뿐 입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건가요?
인터넷의 보급은 신체를 비약적으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게서 펜과 종이를 빼앗아갔다는 사실.
올해는 나쁘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큰 성장을 이룩하지는 못했지만 매년 이어가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니
내년엔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이 가득하겠죠.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2011년에는 책이 세 권(+알파) 출판 될 예정이오니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책이 무슨 원기옥도 아니고 한 번에 몰아서 내는지 -.-;;;)
무엇보다 항상 건강하시고
남에게 붙잡히기 좋은 모습이 아닌, 반가운 소식 잘 듣고 위험은 미리 감지하는 토끼 귀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해피 뉴 이어~

죽기 전에 집 한 채만 지을 수 있다면 설계에 큰 미련은 없다.
기왕이면 그것이 엄마를 위한 집이었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다면 나의 집이 되길.
나의 집이었을 경우, 내가 건축주로서 건축가인 나에게 의뢰하는 바는 이렇다.

. 아무 것도 없는 텅빈 방 하나.
. 화장실과 안방의 경계를 희석시킬 것.
. 나무로 짠 작은 고해소.
. 실내 한 부분의 바닥은 작은 언덕과 같게.

사실 이 모든 조건들은 아파트에서도 인테리어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훗날 여유가 돼서 지하실, 2층을 가질 수 있는 주택을 짓게 된다면 몇가지 더 생각해 보련다.
물론 원빈의 아저씨는 아니다.
아줌마의 반대말 아저씨.
올해 유난히 아저씨로 거듭난 내가 신기하다.
맥주, 커피, 평양냉면의 맛을 깨닫고
덕분에 뱃살이 출렁거리고
머리숱은 적어졌으며
더이상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겨울이 되기도 전에 내복남이 되며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의욕도 없어
매일 같은 옷에 같은 운동화를 신고
전자제품을 결제할 때가 데이트 보다 더 설레인다.
외롭다고 징징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사무실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편안하다.
정말로 지금 먹는 약의 영향인지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줄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고 긴 과정이 귀찮고
내 시간을 온전히 내 맘대로 쓸 수 있어 여유롭다.
지나가는 예쁜 여자를 보고 예쁘다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자유가 소중하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사랑할수록 미안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고
나 때문에 슬퍼할 사람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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