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만의 스시조.

도화새우. 오늘의 하이라이트인가?
좋은 출발. 계란, 새우, 관자, 연어알 등. 연어알 때문에 숟가락이 있었으면.
전복. 따뜻, 부들부들, 쫀쫀.
샤리와 섞은 전복 내장 소스. 이조차 훌륭한 한 점의 음식.
생선 뼈를 고아서 만든 간장에 생선 간 소스.
자연산 광어와 참돔
미친 조합이다. 간장의 단맛, 간의 크리미함.
도미 알과 정소
문어. 두툼한 두께에 비해 씹는 데 부담이 없고, 그렇다고 찰짐이 살아있고, 소스도 잘 배서 감동적.
살짝 아부리한 금태 사시미. 금태 사시미는 처음이었나 싶음. 젓갈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스까지 박박 긁어 먹음.
머리는 쓸 데가 없는지 궁금.
오르톨랑 같은 잔혹한 음식 먹으며 죄책감 갖지 말고, 이런 거 드시라. 물론 영혼이 탈출할 수 있으니 마찬가지로 뭔가 뒤집어 써야 함.
가까이서 한 번 더 보자.
에비스가 함께 할 때가 왔다. 사진 찍느라 몇 초 허비했더니 거품이 꺼짐ㅠㅠ
주전부리도 함께
고추, 새우, 명란 튀김. 가니시는 시소.
이런 내용물
갈치 구이+리조또 스타일의 밥. 이 조합도 사랑스럽고 인상적. 잘 구운 갈치에 지지않는 밥의 저력.
나베. 가리비, 랍스타?, 백합, 미나리...
전갱이. 어떻게 숙성하면 이렇게 전갱이조차 녹냐.
무늬 오징어
시로에비
잿방어
아까미즈케. 어디 참치인데 아까미가 이리도 부드러운가. 산미도 은은.
중뱃살+대뱃살. 스시조 특유의 참치쌈.
생선 특유의 비릿함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사랑 청어. 근데 바질 올렸나? 바질 맛이라 특이했고 서양 음식 같았음.
단 하나의 아쉬움도 없는 우니
귀여운 장국
사바 보우즈시
아. 안 돼ㅠㅠ 드디어 끝이 왔다. 언제나 그렇듯 장어만 백 개 먹고 싶다.
추가 한 점은 전어! 역시 전어 초밥도 처음이다.
교쿠
말차
후식은 역시 모나카

오늘도 박진홍 셰프를 만나 반가웠다. 오랜만이라 물으셔서 일 년에 한 번 겨우 온다고 했다.

예약이 어려워서 그러냐고 다시 물어보시는데... 언제나 돈이 문제죠 😇

이제 bar도 끊었겠다, 스시를 탐구해 볼까.

 

이번엔 글렌피딕!

글렌피딕은 몰트 입문기에 누구나 거쳐갔을 대중적인 위스키라 온라인시음회에 참가를 할까 고민했는데

역시 결정을 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고숙성 위스키를 경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위스키를 마신지 제법 되었지만 여전히 21년, 26년은(30년은 물론이고) 마셔보지 못했다.

위스키코냑클럽의 시음회나 되어야 아드벡의 아드복이니, 발베니30년이니 하는 것들을 마셔볼 수 있지.

 

zoom을 이용한 온라인 시음회라는 창의적인 시도와 함께여서 한결 재미있었고

간단한 주전부리로 황태껍질 튀각을 곁들였다.

 

12년

버번과 쉐리 캐스크 숙성이라 기본적으로 단맛과 바닐라 향이 있으나 강하진 않다.

서양 배 혹은 청사과의 상큼하고 청량한 맛이 특징.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가 있다.

누가 마셔도 싱글 몰트의 특징을 느낄 수 있고, 40도이지만 상당히 절제된 맛.

 

15년

버번과 쉐리 캐스크의 원액들을 솔레라 배트에 담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절반을 솔레라 툰이라 부르는 오크통에 옮겨

재숙성을 거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일종의 씨간장이나 백년된 장어집 소스 같은 개념이려나?

몰트 마시던 초창기에는 12, 15, 18중에 15년을 가장 좋아했었다. 특유의 꿀맛이 내 취향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접한 15년은 역시 그때의 기쁨을 되살려주었다. 버번의 버터스카치, 쉐리의 과일 당 조합은

위스키의 도수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기분을 줄 법 하다.

 

18년

이전에는 18년의 참 맛을 몰라봤는데, 이번에 역시 괜히 18년 숙성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맛이 진하고, 특히 오크의 풍미가 선명해서 이것이 오크 숙성이구나 싶다.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뛰어나고,

사과의 단맛이 지나간 뒤로 계피의 스파이시함이 따라와 다채롭고 재밌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21년

21년간 버번 캐스크 숙성 후 3~6개월을 캐러비안 럼 캐스크에 숙성한다고 한다.

럼 캐스크 숙성이라 그런지 일단 열대 과일과 브라운 슈가의 단맛이 강조되며, 매콤한 맛과 마지막에는 짠맛도 나타난다.

위스키의 색과 맛이 뛰어남은 크게 관계 없을 듯도 하지만, 시각적으로 이렇게 진한 호박색의 술은 괜히 더 보석처럼

가치있어 보이고, 꿀을 가득 품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런 면에서 21년의 기대치는 실제 맛과 일치한다고 본다.

 

26년

단종된 술을 마실 수 있어 영광이고, 언제 또 이런 술을 먹나 한 방울 한 방울이 아쉬웠다.

100% 버번 캐스크 숙성인데 캐러멜 색소를 첨가하지 않아 색이 투명하고 옅다. 바로 위에 적었듯 색과 맛을 관계짓는

것은 나만이 아닌가 보다. 고숙성인데 이렇게 옅은 색은 시장에서도 선호하지 않는다 한다. 그래서 단종되었다고.

맛은 의외로 복잡하였다. 숙성 년도가 오래될 수록 맛이 중화되고 부드러움이 강조되는 듯 했는데,

글렌피딕 26년은 다른 제품보다 도수도 조금 높아서 고도수를 마신다는 기분을 들게 하고, 조금 더 원액에 가까운 듯

진함이 느껴졌다. 버번 캐스크이니 만큼 바닐라 풍미가 있고, 여기에 견과류의 고소함과 살짝 오렌지의 과일향이 나타났다.

끝으로는 짠맛이 혀를 터치하며 바닷가의 풍경이 스쳐지나갔다.

 

개인적인 선호는 21-26-15-18-12 순서인데, 사실 한 잔으로 평가하기 어렵긴 하다.

단맛을 좋아하지만 여러잔 먹기에는 혀가 피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튼 이번 시음회 참여도 좋은 선택이었다.

다음의 이벤트는 무엇일지, 어떤 위스키와 만날지 기대가 크다.

 

1. 아란 배럴 리저브 43%

대섯 개 중 가장 옅은 색이지만 황금색에는 가장 가깝다.

퍼스트 필 버번 캐스크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고도수 증류주의 강함은 별로 없고,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버번 오크의 바닐라 단 맛이 뛰어나다.

혀에서는 청사과의 단 맛, 코로는 꽃의 화사함이 느껴진다.

 

2. 아란 10년 46%

로즈골드 빛깔.

배럴 리저브와 비슷하게 향긋하고 꽃향기가 넘친다.

버터스카치와 청사과 맛으로 매우 달지만 스모키 피니시가 입 안에 남는다.

누가 봐도 명료하게 나는 몰트요 라고 외치는 듯 하여 상당히 대중적인 기준이라 본다.

 

3. 아란 18년 46%

새로운 디자인의 병에도 18년이 있는지 모르겠다. 수입사의 홈페이지에서는 21년이 보인다.

제일 맘에 드는 것으로 하나 꼽을 수 있겠다.

꿀 향이 나고 짙은 달콤함이 특징이다.

단 맛은 마치 조청과도 같이 눅진하고 두터워서 그로 인해 도수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버번의 카라멜 맛과 쉐리의 장점을 잘 보여주며 피니시가 길다.

오크 향이 짙고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여러 잔 먹기에는 혀가 피곤할 수 있겠다.

참치 스시를 먹을 때처럼 특유의 산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4. 아란 쿼터캐스크 보티 56.2%

꿀 맛이 가장 강하고, 버번 오크통으로만 숙성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맛의 스펙트럼이 얇다.

트로피칼 과일의 단 맛 이후에 혀를 아리게 하는 스파이스와 짠 맛이 지배적이다.

매콤함과 알콜의 부즈함이 최종적으로 입에 남는다.

가장 먼저 치고 올라오면서 자기 주장이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취향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5. 아란 쉐리캐스크 보데가 55.8%

기본적으로 오크가 갖는 중후함,

쉐리 와인의 건포도, 초콜릿 맛이 특징이다.

맛의 스펙트럼이 두텁고, 복잡하다.

뭔지 모르지만 고급스럽고, 매번 먹을 때마다 다른 인상을 줄 것 같다.

하나만 고르라면 쉐리캐스크!

 

맘에 드는 것은 5-3-4-2-1 순서.

작년 런치 오마카세 이후로 오랜만이자 디너는 처음.

배 터지면 어쩌지 싶었는데,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식사도 금방 끝남.

 

차완무시. 차갑게 나왔다. 양파 앙소스에 청매실. 비슷한 시기에 온 사람은 우니도 넣어주던데ㅠㅠ 큰 매력은 모르겠다.
전복. 하나는 와사비+소금, 하나는 전복내장소스에.
남은 소스는 적초 샤리랑 비벼서. 싸서 먹으라고 김 한 장 주심.
찍기 전에 한 점 먹었는데, 자연산 광어 뱃살, 참돔.
갯가재
멸치 튀김
제주 금태. 내장 소스.
털게!!!!!! 갤러리페이크에서 후지타가 먹던 털게를 본 이후로 갖고 있던 로망을 해결했다.
특별히 여러 장 포스팅. 밑에 받침은 소금. 카니스라는 식초 소스에 찍어 먹는다.
끝!
옥돔
이쯤 되면 잊지 말고 에비스 한 잔.
백합 조개탕
줄무늬 전갱이
제주 무늬오징어
벤자리. 부드럽게 숙성해서 사르륵 녹았다.
아직 방어가 있네?
아카미즈케
시로에비
중뱃살+대뱃살
경북 보라성게 + 홋카이도 성게. 정말 맛있었다. 무진장 달고, 향긋함이 입에 가득.
고등어
장국
명불허전 장어. 언제나 최고. 추가금을 내더라도 한 점 더 먹을 걸ㅠㅠ
더 먹고픈 게 있냐 해서 청어를 청했다. 장어를 먹고 싶었는데 아직 이런 문화를 몰라서 민폐일까봐 적당한 걸로 부탁.
디너 오마카세는 후식으로 말차 기본 제공. 아이스크림 역시 최고. 겉부분은 일본 생산이고 국내 독과점이라고. 정말 얇고 바삭하다.

차왕무시. 카다이프 튀김을 올리고, 트러플 오일을 넣은 듯.
아발론^^; 첫 조각은 와사비+소금에, 두 번째는 게우장과 함께
남은 소스는 샤리와 함께
참돔. 그리고 뼈를 우려 만든 간장.
참돔 알
문어. 쫄깃쫄깃 보다는 이렇게 부들부들이 좋다.
전갱이
아오리이카
참다 못해 에비스 한 잔! 옆에 센베는 춘권피에 새우, 게, 우니 갈아서 바른 것.
벤자리
치바산 방어
금테 구이
백합
아까미 즈께
시로에비
갯가재
주도로. 다른 위치의 살 두 개를 합침.
북방조개
오도로
학꽁치
미소시루
고성의 우니를 깔고 위에 홋카이도산 우니 올림. 우니의 주식인 다시마를 가루내서 뿌림. 먹고 먹고 먹히는 관계.
시메사바
장어. 긴 장어에서 뼈가 없는 일부만 쓴다고. 역시 돈이다ㅠㅠ

 

타마고 (교꼬는 교쿠의 잘못된 말이고, 교쿠도 업계인들의 은어라고)
시그니처 디저트. 얘마저 맛있더라.






















2015년 11월.
























점심 스시 오마카세


젓가락 받침은 배꽃? 벚꽃?

오랜만에 먹는 자왕무시



시작은 쥐돔 사시미. 단단해서 식감이 좋다.


제주 한치






복 튀김


부들부들 잘 찐 전복


가리비에 우니


농어


 




청어. 두 번째로 맛났음.

너무 부드러워서 금방 사라짐.



역시 장어. 넘버 원.

이런 표현은 이상하지만, 쥐포 맛도 남.

역시 갈은 유자를 올리심.


서비스로 주신 광어. 안에 우니 들어감.


급하게 먹어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 남


냉우동. 낫또와 마 포함.


나는 후라이드 치킨보다는 닭 튀김에 양념이 가미된 음식을 선호한다. 유린기보다는 깐풍기를, 후라이드 보다는 양념 통닭을. 그래서 아는 사람은 알 만큼 전설적인 인천 신포시장의 닭 강정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닭 강정 하나 먹자고 볼 일도 없는데 인천까지 가기는 좀 무리고(그 정도의 식도락 열정이 있었다면 아구찜을 저번 주에야 처음 맛 보고 아직 대게도 못 먹어본 사람이 아니었겠지) 그냥 언젠가 인천에 가게 될 날이 있다면 열 일 제치고라도 닭 강정은 꼭 먹고 오리라는 각오만 다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인천에 대해 삽화를 그려야 하는 일이 들어왔고 그림 그리기에 앞서 인천의 요즘 모습도 둘러볼 겸, 송도에서 건설 역군으로 맹활약 중인 선후배님들도 만날겸 인천 나들이를 감행하였다.

어디까지나 닭 강정에 관한 글이니만큼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면...
저녁 7시 반이 넘어서야 신포시장에 도착했고 어느 가게가 원조인지 못 찾아 잠깐 엉뚱한 이름만 '원조' 닭 강정 집의 페이크에 속았을 무렵 동녕이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그렇게 맛으로 유명하다던 집을 찾게 되었다. 소문처럼 사람들은 가게 앞에 한 무더기로 기다리고 있었고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아 배도 고픈데 참 애간장을 졸이게 되더라. 그렇게 밖에서 삼십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실내로 안내하는 반가운 손짓에 이끌려 가게 내부로 들어가니 거기서도 또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 인천 닭 강정의 길은 멀고도 험하였노라. 

이 곳을 들어가서 좌회전 한 후 시장 끝으로 가면 유명 맛집이 나온다.

닭 튀김의 열기가 반갑지만은 않다.


지하 자리에 착석하니 시원한 에어컨 공기만큼 기분도 상쾌하고 과연 어떤 맛의 강정이 나올까 즐겁고 여유로운 기다림이 견딜 수 있을 만 했다. 中자는 8000원, 大자는 12000원인지 13000원인지 그랬는데 두 명이면 중간 사이즈가 알맞은 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이서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시킨 사람들이 꽤 보이는 것은 아마도 기다림의 시간만큼 독기가 올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매운 고추 양념과 들어갔다고는 하는데 확인이 불가능한 가시오가피가 이 집의 특별 레시피인데 양념을 버무리지 않은 후라이드 만으로도 자신이 있었는지 후라이드 메뉴 옆에는 fride라는 신조어가 적혀 있어 메뉴 선택에 신중함을 기하게 만들기는 개뿔... 닭 강정이야 당연히 양념이지.

어쨌든 여기 저기서 먹기 전에 카메라 셔터 삑 삑 날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념하는데 우리도 질세랴 서울 촌놈 행세 제대로 하면서 손대기 전의 아름다운 자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성스러운 의식이 있은 후 양 손에 포크를 잡고 강정 해체에 온 힘을 다했고 어디 과연 네가 그렇게 맛 있다고 소문났던 그 놈이냐 기대감에 부푼 채 시식을 하였다.

바삭 바삭 닭 튀김 대령이오

첫 해체의 긴장되는 순간


음....
음....
흐음....

마...맛이 어떠오?

흠...

자 이제 닭 강정 먹으려 기다리던 손님들 만큼 오래 기다린 사람들을 위해 맛의 결과를 발표하자면...
굳이 인천까지 가서 30분 이상 기다리며 먹을 만큼의 자격을 갖춘 놈은 아니더라.
내 기준으로는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순살 닭 강정이 먹기도 편하고 값도 싸고 맛도 그럭저럭 한 끼 즐거울 수 있으니 어느 면에서나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엔진에서 신포시장 닭 강정을 검색해보면 별로 맛 없다는 의견들도 다수 발견되는 바, 이 곳의 음식은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맛과 서비스의 품질에 비해 명성이 너무 과도하게 포장된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p.s. 운전하랴 기다리랴 모델 되랴 함께 고생해준 동녕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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