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가 중앙대 강의용으로 준비했던 내용인데 갑작스런 외압에 의해 강단에 설 수 없게 되자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냈다. 본인에게는 달갑지 않았을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더 빨리 책이 시중에 나온 셈인데 미술 관련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심 반가웠다면 큰 실례가 될까봐 감정 표현이 조심스러워진다.
물론 하나 하나 꼼꼼히 따져보면 어려운 미학 용어들도 많이 나오고 생경한 그림들도 많아서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이전 책들과 달리 진중권 교수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 열 두점의 그림에 대한 단순한 감상도 많기 때문에, 공부한다는 느낌 보다는 아 이런 해석도 가능하겠구나 라고 작가와 대화하는 편안함이 묻어난다. 심지어 딱히 미학적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맺는 그림들도 있으니 그림을 즐기지 못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교수대 위의 까치'를 그렸던 피테르 브뤼헬, 그의 스승 히에로니무스 보쉬와 함께 바니타즈, 트롱프뢰유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네덜란드 미술의 수 세기를 훑어보는 재미에 졸음이 다 달아날 정도였다. 도판이 많고 전개가 어렵지 않은 관계로 맘 잡고 주말 하루면 다 읽을 수준의 흥미로운 교양서였다.

★★★★

영화의 내용도 좋지만 타워브릿지의 양 교각을 잇기 직전의 런던 모습의 사실적인 재현이 더 인상적이었다.
앤틱한 소품들과 부유한 공간들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영화 중간 중간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총 감독 가이 리치도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 미적 영감을 풍성하게 안겨준 미술 감독들에게 찬사와 감사를 드린다.
음악이야 또... 뭐... 한스 짐머가 담당했으니 오죽 좋으랴.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와 쥬 드로까지 합세했으니 영화 자체는 기대해도 좋을 정도이다.
단,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흠모하는 사람이라면 헐리우드식 해석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

p.s. 미드 하우스에서 하우스의 이름 기원은 홈즈에서 나왔다고 한다. holmes → homes → home → house 인건가? 하긴, 하우스의 단짝 윌슨도 이름이 왓슨이랑 비슷하고 맨날 하우스 뒤치닥거리만 하는 것이 꽤나 설득력 있다. 드라마 플롯도 추리소설과 비슷하고 말이다.
타란티노 감독의 서사에 빠져들기는 펄프 픽션 이후로 참 오랜만이었다.
어느 한 순간도 손을 놓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는데 아쉽게도 가장 극적이어야 할 결말에서 허겁지겁 짐을 싼 것 같아서 찝찝함이 남았다. 브래드 피트라는 거물이 포스터 전면에 등장하지만 실상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은 배우는 크리스토퍼 왈츠일 것이다. 독일어, 불어, 영어에 이태리어까지... 능글맞는 웃음 이면의 얼음 송곳같은 예리함이 섬뜩하다. 괜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
[렛츠리뷰 당첨 리뷰글입니다]

실직, 실연, 지독한 우울증.
정말 살풀이 굿이라도 한 판 벌여야 할 정도로 지독한 재난들이 당신에게 겹친다면? 땅 속 깊은 곳에서 안전하게 자라던 직장, 연인, 온건한 정신이란 알토란들이 어느 날 갑자기 송두리채 뽑혔다. 찰지게 여문 수확의 시기도 아니라 미처 만반의 대처를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은 토란과 같은 줄기 식물과 달라서 그깟 알 몇 개 잃는다고 거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하나라도 잃으면 생사의 기로에 설 만큼 위태롭게 되는 소중한 장기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지금의 내 처지도 이 책의 주인공 카로 헤르만과 그닥 다를 바 없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카로가 정신적 공황 상태와 우울증에서 헤쳐나올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의 회복을 중요시한다면, 나의 경우는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픈 욕구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건 남녀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아니면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 일 수 있다. 국내 출판사에서 한국판 제목을 따로 정한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저자는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믿음, 소망, 사랑 중 으뜸은 사랑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럼 과연 이 책은 그렇게 중요한 '사랑'에 대해 작가 특유의 비법을 담고 있는가? 독자에게 자신만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는가? 비행 직전 기내에서 위급시에는 이런 방식으로 대처하면 된다고 차근 차근 요령을 동작과 함께 알려주는 승무원처럼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주인공 카로의 삶을 통해 일종의 프로토콜을 은연중에 알려줄 거라 기대했었다. 아마도 책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그런 걸 기대했을 것이다. 저자가 요즘 독일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칼럼니스트라면 모두에게 호응을 얻을 수 없을지라도, 비록 그것이 오답이라도 일단 자기가 가진 패를 꺼내 보여줄 의무가 있지 않았을까. 내가 볼 때 카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안고 간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심리와 지독한 농담을 지껄여대며 민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족과 친구에게 의존적이다. 한마디로 괴팍한 성격에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우울증 때문일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수도 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눈물샘이 한일자동펌프에라도 연결되었나 싶을 정도로 보고 있자니 거북해진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이 힘겨웠다면 그건 카로 헤르만이라는 인물에 투영된 작자의 정신없는 말투와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럼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일까. 누군가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상담사와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에 있다. 마치 저자의 실제 경험이 아닐까 의심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사실적이다. 의사를 만나는 과정이나 상담 방식, 그리고 의사의 분석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고 의미심장하다. 사랑을 회복할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 정신으로 살 수 있는 길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울 만큼 얘기해준다. 누군들 가족과의 불협화음이 없었겠는가. 누군들 자신은 충분히 사랑받고 산다고 만족해 하겠는가. 인생이란 조금만 기름칠에 소홀해져도 금새 삐걱거리는 존재인만큼, 독자 모두에게 통용될만큼의 문제가 카로의 입을 통해 상담 테이블에 올라오고 해답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된다. 이때만큼은 카로에게 독자의 심정이 투영되는 법이다. 따라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너무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사랑 뿐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넝마가 된 내면을 어떻게 세탁하고 널어서 다시 깨끗하게 입을 것인가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걸어가기엔 저자가 심은 화려한 비유들로 이루어진 문자의 정원이 난해하기만 하다.

★☆

그가 독일에서 십이 년이나 살았는지 몰랐다.
그의 작업실이나 거주 환경이 명성에 비해 그렇게 초라한지도 몰랐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하지만 일반 여행객처럼 모텔을 전전하는지도 몰랐다.

부시시한 머리에 어눌한 말투를 구사하며 조금은 히피같은 옷차림에 입에는 항상 kent 담배가 물려있다.
부족한 독일어 때문에 머릿 속의 생각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은 유아기가 다시 찾아온 듯 답답했을테고
그래서인지 그림 속 아이의 그렁그렁한 큰 눈과 비죽거리는 입에는 고독했던 그의 내면이 숨어 있었다.
실상 단순하게 보이는 색의 이면에도 수 많은 색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캔버스 단면에는 여러 감정과 색의 지층이 쌓여있다.
성서의 내용이 모티브가 되어 수 많은 기호들이 난무하는 중세 유럽 남부의 그림보다도
회화 자체에 대한 개념을 무너뜨리는 혁명적 사고의 현대 미술보다도
작가의 인생이 녹아든 보통의 그림은 친근해서 좋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그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전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없지만 그래도 요시토모 그 자신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비록 화려한 삶을 사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하고, 과정에 만족해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업을 헛간과 같은 공간에 담아 전시하는 방식이 탐났다.
집 속의 집, 성장의 발판이 된 방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잊혀지고 폐기된 작은 공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였다.

★★★☆

p.s. 주말 가로수길 카페는 결코 글을 쓰기 위해 좋은 환경이 못 된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내가 뭘 적는 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roberto innocenti의 '마지막 휴양지'

본 전시는 이태리 볼로냐 시에서 개최되는 아동 도서전의 행사로, 세계 최고·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원화 공모전이다. 내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함을 쓸 자격은 없지만 아동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꼭 다녀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온 몸이 얼어붙는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전당내 한가람 미술관에 다녀왔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미술관 바닥 동선을 따라 천천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한적한 분위기였다. 어떤 기법을 썼는지 제법 친절하게 적혀있지만 미술 실기라고는 초·중·고 시절에 배운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여러 방식이 혼합된 그림의 경우 당췌 묘사법을 유추할 수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 그림을 그려내는지 대표적인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물이 준비되었더라면 작가들의 무시무시한 그림 솜씨에서 비롯된 열등감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었을텐데 말이다. 이런 느낌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끝없는 질문과 고민에 발걸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였고, 도저히 따라할 엄두조차 못 내겠다는 그림도 있어서 그냥 '하하하 이건 꿈도 꾸면 안 되지. 아암. 그렇고 말고'를 읊조리며 마음을 비우게되는 그림들도 있었다.
이태리, 일본, 이란 작가들의 그림들이 많은 편이었고 한국 작가는 두 명인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중 한명의 작품은 다른 외국 작가들과 비교해봐도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될 정도로 멋진 화풍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일본 작가들의 작업은 유럽의 색채가 강해서 그림만으로는 작가의 국적을 유추하기가 어려웠는데 한국 작가는 뭐랄까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면서도 뛰어난 묘사력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수상작들의 전시가 끝나면 특별전이 이어지는데 올해는 이태리의 대표 작가 로베르토 인노첸티(roberto innocenti)의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전시작들이 원화인지 아니면 원화를 스캔한 후 프린팅한 것인지 구분은 못했지만 책에서 축소판으로 볼 때 느낄 수 없는 경이로운 디테일을 그야말로 배터지게 감상할 수 있다. 단언컨데 그림에 바짝 붙어 감탄을 토해내는 사람들로 인해 여기가 전시장인지 서커스장인지 모호해질 것이다. 뷔페를 실컷 먹고 디저트 코너에 갔더니 요리왕 비룡의 궁중요리가 펼쳐졌다고나 할까. 감동이 지나쳐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돈을 받고 용감하게 그림을 저지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반성을 하게 하고,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어슴프레 비춰준 원화전은 3월1일까지 전시되며 kb카드, sk텔레콤 멤버쉽카드는 두당 천 원씩 현장 할인된다. 모네, 피카소, 모딜리아니, 리히텐슈타인 등등 유명세가 다분한 그림들도 좋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상상과 환상을 담은 전시의 가치도 이에 못지 않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
 
공식사이트
roberto innocenti에 관하여
또 생각지도 못하게 공연 사진을 찍게 되었다.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될까봐 가수측의 요청에도 공연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LG아트센터였기 때문에 일단은 리허설 사진만 의뢰를 받았다.(여담이지만 공연장 바닥재를 나무에서 불연 카펫 같은 걸로 바꿔주면 하이힐 또각거리는 소리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완벽한 관람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그래도 소속사측에서 어떻게 잘 설득을 했는지 음향 콘솔 뒤 기계실 유리박스 내에서 촬영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괴물같은 스펙의 nikon d3에 70-200mm렌즈라도 두꺼운 유리를 앞에 두고는 속수무책이었다. 일단 무대와 워낙 멀기 때문에 화각을 2배로 늘려주는 컨버터를 장착했으므로 화질은 저하되고 조리개 수치가 두배가 되었다. 그러고나니 아무리 정적인 움직임의 동률형이라도 초당 8매 연사로는 초점을 잡기 어려웠고 iso를 3200이상으로 올리니 화질은 점점 더 뭉개졌다. 가장 극악인 것은 유리로 인해 카메라가 다채로운 조명색을 잘 구현해내질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공연 사진은 기록용으로 쓰일 수는 있겠지만 현장의 감동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데에는 실패나 다름 없었다. 애초에 리허설 사진을 찍고자 했었지만 알고보니 리허설도 첫 공연 전날에 모든 과정이 실제 공연처럼 이루어졌고 당일 리허설은 상당한 약식에 불과하였으니 이래 저래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은 사진 작업이었다.
기사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번 공연은 LG아트센터의 훌륭한 음향이 탄탄히 뒷받침 하는 가운데 동화같은 무대 구성과 역동적인 조명으로 뮤지컬같은 현장을 만들어냈다. 새벽 안개가 깔린 자작나무 숲이 연상되다가도 막이 한 번 가렸다 걷히자 압도적인 크기의 거목이 무대를 꽉 채워 모두를 깜짝 놀래키기도 하였다. 종이 낙엽이 내리는 가운데 발라드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그야말로 가을에 완벽한 구성이었는데 한가위에 아무런 풍성함도 얻지 못해 공허해진 마음이 겨울까지 버틸 수 있을만큼 든든해진 느낌을 받았다. 허나 아무리 사진이고 글이고... 덧붙일수록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공연이니 그저 다음 기회가 온다면 대학교 때 수강신청하던 정신으로 예매해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수 밖에 없다.

★★★★☆



p.s. 앞으로도 공연 사진 찍을 일이 있을까. 자꾸 빌리러 다니는 것도 번거롭고 canon 1d mk-III 바디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쯤은 무대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수스 넷북 1008번 모델 일명 조가비를 샀다.
고리짝 시절의 ibm노트북을 어쩔 수 없이 들고 다니다가 최신 넷북을 며칠 들고 다녔더니 왜 좀 더 일찍 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감 마저 들 정도였다. 가볍고, 무난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이제 남은 일은 각오한 대로 열심히 글을 쓰는 것이고 괜히 새로 나오는 제품들을 훑어 보며 바보같이 마음 아파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나 넷북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간단 리뷰를 하자면...

조가비의 장점
1. 작고 가볍다. 
    (1kg무게는 가방에 책 한 권 넣어 갖고 다니는 정도라서 배낭형 가방을 짊어 진다면 거의 무게를 체감하지 못 한다.)
2. led 백라이트 디스플레이라 화면이 밝다.
3. 완충시 4시간 반 이상 쓸 수 있다. 
4. 자판 배열이 훌륭하고 키감이 좋다.

단점
1. 배터리나 메모리 교체가 어렵다. 
    (하지만 나는 굳이 교체할 필요를 못 느낀다.)
2. 외장 재질이 너무 반사가 심하고 지문에 취약하다.
    (내 것은 검은색이라 유난히 더 눈에 띈다. 하지만 유광 재질은 손 때에는 강하고 지문은 가끔 심심할 때 닦아주면 끝)

넷북에 대한 일반적인 사양을 논하자면... 아톰 프로세서를 쓰기 때문에 각 제품의 성능은 대동소이 하다. 디스플레이 역시 요즘 제품들은 모두 led 백라이트를 채용했으며 화면이야 10인치 아니면 10.1인치 정도 되겠다. 해상도는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어짜피 화면이 작아서 고해상도를 지원 한다고 해 봐야 눈만 피로할 뿐. 자고로 넷북은 인터넷, 글 쓰기가 주 목적이고 좀 더 활용을 해 주자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정도이지 이걸로 건축 설계를 한다거나 영상물을 만든다면 욕심이 과한 것이다. 
어쨌든 성능은 별 차이 없으니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고, 단 명심할 점은 100% 만족스러운 제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좀 마음에 들면 가격이 비싸거나 무게가 무겁고, 가격이 싸면 배터리가 금방 방전되고 디자인이 저질인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필요한 질문들을 모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디자인은 맘에 드는가?
- 화면이 너무 답답하지는 않은가?
- 메모리는 1기가 이상인가?
- 배터리는 6셀 이상인가?
- 어댑터가 너무 크고 무겁지 않은가?
- 두께는 얇은가?
- 자판 배열은 넉넉하고 키감은 좋은가?
- 저장장치는 하드디스크인가 sd메모리인가?
- os는 포함되었나? 비스타가 설치 되었다면 out!
- 발열, 소음은 어떤가?
- 업체 as는 괜찮은 편인가?
위의 질문들을 기준으로 넷북들을 꼼꼼히 비교해 본 다음에 구매 하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나의 우선 순위를 공개하자면,
디자인 > 사양 > 무게 > 배터리 > 가격
디자인만 훌륭하다면 조금 더 돈을 쓰더라도 기왕 사는 것 보기에 이쁜 놈을 사자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조가비의 경우 hp, dell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10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 덕에 더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홈쇼핑 업체의 한정 판매였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

★★★★
요즘 가요에 대한 나의 푸념을 듣기라도 한 듯 상형께서 6집 앨범을 소리 소문없이(T_T) 발매해 주셨다. 당장 강남 교보 핫트랙스에 달려가서 앨범을 구입하긴 했지만 씨디피가 고장난 관계로 앨범을 들을 길이 없어서 하루 종일 밖에서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지연누나 만나서 친구들과 압구정에 있는 음악감상전용바에 갔었는데 다 합쳐서 족히 몇 억은 되어 보이는 음향 시스템을 통해 6집 앨범을 듣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힘들었다. 

어쨌든 지금은 아이튠스에도, 아이팟에도, 나노팟에도, 아이리버에도 음악이 잘 리핑되어 하루 종일 나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5집과 6집의 격차가 무려 6년(어디 용한 점쟁이가 6년 만에 앨범내면 대박이라고 점지라도 해 주었는지 가수들이 6년을 주기로 복귀한 사례가 많다)이다. 윤상은 누가 들어도 그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몇 안 되는 가수이지만 감수성은 그대로 이고 표현 방식에서 꾸준한 변화를 추구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월드뮤직의 성격이 강했던 4집과 전자음악이 주를 이루는 6집 사이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선택의 갈림 길을 거쳐오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그 대비가 극명하다. 하지만 누가 얘기 했듯이 윤상은 전자음악을 하더라도 어쿠스틱한 맛이 난다는 표현은 그의 작업 전체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묘사가 아닌가 싶다.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가 추구하는 전자음악은 새로운 사운드를 위한 도구인 것이지 음악을 쉽게 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사운드 소스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그 음들을 하나 하나 쪼개고 붙이고 여기에도 붙여 봤다 저기에도 붙여 봤다 하는 작업들은 어쿠스틱 악기로 음악을 만드는 것 보다 더 진이 빠지고 미치기 십상인 셈이다.(그의 작업을 보면 피아노 조율하는 사람이 연상된다) 시대가 바뀌고 도구가 발전하고 감각들이 변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는 여전함을 보면서 가장 생명력이 길거라 예상되는 진정한 뮤지션 중 한 명이 아닌가 싶다. 저번 5집에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이번 6집에서 만큼은 그의 행보에 대한 모든 기우를 말끔히 씻어버리는 훌륭한 작업들이다. 

★★★★

* 오류 수정: 알고보니 우리가 갔던 곳은 '핑가스존'이 아니라 '피터폴앤메리'였다.

보수적인 비키와 자유분방한 크리스티나가 정열과 낭만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경험하는 이국적 연애담으로 우디 앨런 특유의 비범한 설정과 여주인공의 점잖은 나레이션이 빛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을까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번안된 제목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심지어 굳이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스포일러성 발언을 담고 있기까지하다. 게다가 의아한 점은 공식 포스터를 봐도 등장하는 여인은 크리스티나와 남자친구의 아내로서 비키는 도대체 왜 퇴출된 것일까 당황하게 만든다.(사실 포스터만 보면 전적으로 한국 번안 제목이 설득력을 갖는다) 자기 신념의 높은 벽을 세워 바른 생활을 유지해오던 비키가 능글맞으나 로맨틱한 남자 안토니오를 만나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과정 역시 영화의 중요한 텍스트가 아니었던가.

어쨌든 나에게 있어 이 영화는 러브 트라이앵글의 안정성에 대해 역설하는 듯 하다. 비키의 먼 친척 뻘인 사모님은 자상하고 능력 있는 남편과 표면적으로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남편이 주지 못하는 육체적 만족을 다른 남자에게서 몰래 찾고 있으며, 크리스티나는 안토니오과 마리아를 양쪽에 두고 예술적 동지로서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크리스티나가 이들 관계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안정된 관계는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바르셀로나 거리는 다시 마리아의 광기에 휩싸이고 만다. 우리가 볼 때는 불륜이고 비윤리적이고 관습을 벗어난 삼각 관계가 때로는 둘 만으로는 채우지 못한 빈자리를 메우며 벡터간의 팽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우디 앨런 늙은이가 주책이야) 오히려 엄격한 규범을 지키려 하는 비키의 경우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며 고뇌하다가 나중엔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cbmass를 해체하고 듀엣을 결성한 dynamic duo가 셋보다 나은 둘을 강조하지만 우디는 삼각형이 갖는 기하학적 안정성(수직력, 횡력에 강하다)을 인생사에 대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짜릿한 묘미라면 사진을 찍기 위해 하이엔드 디카를 깔짝대는 크리스티나에게 마리아가 사진은 자고로 필름이여라고 훈수를 두며 그녀의 라이카 M7을 들이미는 장면에 있다. 또한 전작에서 영화사에 기리 남을 무시무시한 킬러를 연기했던 하비에르 바이뎀이 뻔뻔한 바람둥이로 나와 멋드러진 웃음과 진지한 눈빛을 통해 또 다른 의미에서 여자를 죽여놓는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다.

( 영화 포스터를 대체하는 이미지는 얼마든지 퍼가셔도 좋습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