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고 이롭지만 몬스터라는 이유만으로 군 시설에 갇혀 지내야 하는 생명체들이 인류를 멸망시키고 지구를 차지하려는 일개 에이리언과 대적하는 특수 임무를 그리고 있다. 앞선 과학 기술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외계인에 비해 외계 에너지에 노출되어 거인이 되어버린 여성을 제외한 몬스터들은 별 다른 활약이 없는 것이 다소 아쉽다. 인크레더블스의 캐릭터가 내뿜는 재기 발랄함과 팀웍이 이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는달까. 게다가 가장 흥미진진해야 할 후반부의 싸움이 막무가내로 전개되어 뭔가 급하게 불을 끄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슬라임 계열의 몬스터 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리분별이 어둡지만 순수하고 물리적인 타격에는 절대 무적인 밥은 정말 간만에 창조된 사랑스런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

타이타닉에서 불멸의 사랑을 보여줬던 디카프리오와 윈슬렛 커플이 또 다른 고결한 사랑을 연기할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상 그대로 영화는 두 부부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통해 미국 중산층 가정이 보유한 근원적인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우리네 일상과 비교할 때 너희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 훨씬 고상한 거라고 감히 말해줄 수 있겠다. 무의미한 안정과 무모한 도전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부부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강한 흡입력을 갖는다. 아메리칸 뷰티, 자 헤드의 감독이자 케이트 윈슬렛의 남편이기도 한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여전히 나에게 깊은 신뢰를 준다. (자 헤드 역시 강추!) 실패한 혁명은 쿠데타라 하지만 시도조차 되지 않은 혁명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

★★★★

 

때때로 영화는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음악, 언어, 필름 카메라, 컴퓨터 하드웨어=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진 존재들: 굳이 서로간의 공통점을 묘사하자면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분야들에 대해 남다른 조예를 가진 c형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마도 주문한 밥을 기다리던 중 나누었던 에피타이저 같은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슬프게 본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화두를 꺼낸 사람의 예의상 나는 시네마 천국이었노라 미리 운을 띄웠다. 동석한 여인 한 명은 감성을 일으키는 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답게도 슬픈 영화를 만족시키는 조건이 꼭 눈물일 필요는 없다고 그럴싸한 정의를 내렸다. 그에 반해 c형은 나의 의도에 너무도 충실한 답을 내었는데, 본인은 내 머리속의 지우개만 보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른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영화를 보지 않아서 즉각적으로 뭐라 대응할 수는 없었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심금을 울리는 영화라고는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전설같이 회자되는 '8월의 크리스마스'나 '파이란' 이었다면 굳이 의문을 가지려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더 자세한 얘기를 들려주십사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도 몰라. 순간 마음 속에서 괜한 친절함이 터져나왔다. . 좀만 기달려봐요. 내가 얼른 그 영화를 보고서 형이 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는지 유추해 볼게요. 추천하지도 않은 영화를 보게 된 것은 그렇게 순전히 c형의 짧은 대답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축 모티브를 좋아하는 나에게 주인공 최철수가 건축가로 나오는 설정은 일단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목수와 현장 감독의 경력을 걸어오다가 갑자기 건축사 시험에 떠억하니 합격해서 괜찮은 프로젝트를 따 내고 동시에 사무실을 오픈하는 과정은 그다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철수 역을 맡은 정우성 특유의 보헤미안 적인 기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건축사의 엘리트적이고 학구적인 이미지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뭐 그래도 최철수가 건축가가 되는 과정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한 번 웃어 넘기면 되는 얘기들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 했고 덕분에 체감 시간은 실제 상영 시간보다 제법 길게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c형과 얘기하기 전에 내가 예상하던 그대로였다. 사랑하는 남녀는 신분차를 극복하고 끝내 결혼을 하였으나 진남진녀(선남선녀보다 우월한 존재. 진남>선남>미남)로 인해 그 어려움마저 진정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누군가 불치병으로 꽃다운 나이에 사망하는 클리쉐에서 벗어나기 위해 끌어낸 치매라는 소재도 낭만적으로 보일 정도로 모든 역경을 미화시키는 저 외모들이란. 대사에 대해 언급하자면 여보 내가 치매 2기래요는 너무 메디칼적이고 내 메모리는 2mb래요는 정치적이고, 내 안에 너 있다를 십분 활용한 내 머릿속에 지우개 있다가 차라리 파스텔 톤인 것은 잘 알겠으나, 머릿속 지우개가 정말 그런 지우개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을 때의 허탈함은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어떤 고상하거나 낭만적인 메타포가 아니라 정말 문자 그대로 영국인 환자를 지칭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의 한 방 맞은 느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아무런 이유 없이 한 사람의 무의식을 깨울 수는 없는 법. 나는 영화를 통해 두 가지 단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첫째로 영화 중간 중간 c형이 너무도 좋아할만한 남미 음악이 풍부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탱고가 꼭 여인의 향기와 같이 탱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만 등장할 필요 없이 실베스터 스탤론과 커트 러셀이 주연한 영화 탱고와 캐쉬에 나와도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공사장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남자와 이에 대비되는 고상한 패션 디자이너가 눈이 맞아 동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언밸러스에도 라틴의 낭만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영화 배경에 등장하는 건축물을 보고 반가워하는 것처럼 c형은 남미 음악을 듣고 감동하지 않았을까 일단 진단해 본다. 그 음악에 개인적인 사연이 녹아 있다면 더욱 더.


두 번째로 영화의 원작을 들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문구는 이 영화가 일본의 다큐를 토대로 제작 되었다는 것이다. c형은 일본에서 10년 동안 거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영화의 실제 스토리를 일본 방송을 통해 미리 접했을 가능성이 짙다. 그렇다면 한때 열도를 온통 울음바다로 만든 누군가의 사연이 무의식 중에 c형의 눈물샘을 자극하였을 가능성도 짐작해 볼 만 하다. '어라?!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아이와 잠시 떨어져 있는 것 뿐인데 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는 거지? 설마 내가 그 얘를 사랑하고 있었던건가?'와 같이 순정만화 여주인공 특유의 뜬금없는 무조건반사가 두 딸을 키우는 마흔 넘은 아빠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리 만무하다고 누가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아직 c형에게는 프로이트 뒷통수를 갈기고 콜롬보의 뺨따구를 후려칠 정도로 주도 면밀한 나의 분석을 들려주지 못했지만 그가 동의하든 아니든 어쨌거나 타인을 이해하고자 한 인도주의적 시도 만으로도 영화를 본 가치는 충분하다.

라고는 하지만 영화만 콕 찝어서 냉정히 점수를 주자면 


★★☆

p.s. 엔딩 크레딧에서 보게 된 건축 자문은 이 영화의 가장 즐거운 요소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은 건축 자문의 이름을 고대로 따왔으며 영화에 나오는 사무실도 그의 사무실인 것이다. 교과서적인 이름 최철수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명사 '친구'를 대명사화 시킨 장본인이 여주인공 칸나에게 자기 소개를 하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20세기 소년이다.'

세기가 변했음에도 영원히 지난 세기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과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 처럼 자꾸만 어긋나는 인생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라사와 나오키는 특유의 짜임새 있고 긴박한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예의 나오키 만화가 그러하듯 연재 중일 때에는 다음 권이 나오기 전에 이미 주요 사실을 다 망각해 버릴 만큼 인물 관계가 복잡한 까닭에 12권 까지만 보다가 포기해 버린 비운의 만화였다. 하지만 나오키의 이러한 특징은 결국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만화책을 사서 책장에 꽂으라는 강렬한 메세지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구매를 하진 않았지만 3일에 걸쳐 해치운 '20세기 소년'은 만화의 바이블이라 해도 좋을 만큼 놀라운 완성도와 흡입력을 갖추고 있다. 어떻게 8년의 긴 연재 기간동안 이리도 톱니바퀴 돌아가듯 스토리를 착착 진행시킬 수 있는 건지, 아무리 일본 만화계의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이롭기만 하다. 1권 부터 24권까지 사건 순으로 연표를 만들어 본다면 대충 작가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지 그 패턴을 짐작할 수 있을까? 나오키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내가 앞으로 글을 쓴다고 할 때 한번쯤은 따라해 봐야 할 모범으로 여겨진다.

★★★★★ 

p.s. 결론을 알고나서 다시 훑어보니 몇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1. '친구'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울트라맨처럼 생긴 형상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2. 사람이 성형을 하면 얼굴은 비슷해질 수 있겠지만 목소리나 덩치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3.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셋이나 등장하는데 '신령님'도 혹시 칸나의 가족?
4. '친구'는 꿈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는데 정말 예지력이 있는 것인가.
5. 과거에 대한 집요한 집착은 일본 사회 특유의 미니멀리즘적인 정서의 비판인가 아니면 그냥 한 인물의 우연한 인생인가.
6. 미드 로스트와 20세기 소년의 전개 방식은 서로 유사하지 않은가.
내가 이 영화에 실망한 이유는 순전히 포스터 때문이다.
'놓치면 후회할 놈들' '바다를 건너는 한탕' '두 남자의 위험한 거래'
밤 바다의 짙은 청색과 마천루들을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연기자 둘이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하였다.
'보트'라고 무식하게 큰 제목은 쾌속정을 의미하듯(물론 우측 하단에 초라한 보트가 나와 있지만) 역동적으로 휘날리고 있다.
이쯤되면 이 영화의 장르를 짐작했을 때 '스릴러'나 '액션' 쯤으로 치부해도 되지 않을까?

나의 선입견에 감독은 보란듯이 코믹 휴먼드라마를 선사하였다.
파스텔톤의 배경에 두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포스터만 준비했었어도 그렇게까지 영화에 대해 실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두 시간에 가까운...지겹도록 긴 러닝타임에 굳이 매달리고 싶지 않은 놈들이 나와서 한탕은 커녕 0.2탕 정도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감독은 한국인이지만 내용은 일본 만화같이 엉뚱하고 초현실 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며 이야기의 무대도 일본이다. 일본인들에게 과연 이 영화는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 츠마부키 사토시는 그의 필모그라피에 있어 큰 오점을 범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여 준 지인은 그래도 나름 흥미롭게 봤다고 하니 사람의 취향이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가. 나중에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서도 분명 세상 어딘가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때로는 망각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연습장 한 구석에 몰래 그린 우스꽝스런 나의 모습에서.
어느날 엄마가 턱 하니 넘겨준 나의 십 년치 일기장에서.
이십 년만에 찾아간 떡볶이 집의 여전한 국물 맛에서. 

아 이런게 있었던가 까지는 아니지만 불과 일년동안 내가 얼마나 그 때의 감동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새삼 놀라게 되고 음악과 함성 만으로도 희미했던 오감의 빈 자리가 얼마나 예전 그 모습으로 선명하게 채워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기억이 어제와 같이 선명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앨범은 지난 공연이 펼쳐졌던 날들을 기념하며 그 때에 맞춰 다시 들을 수 있는 나만의 타임머신이나 다름 없다. 
프롤로그: 4월 30일, 5월 25일
에필로그: 6월 13일, 6월 14일

★★★★☆
(나의 바램이 있다면 이제 제발 김동률 공연은 여자와 둘이 가서 보고 싶다. 하지만 올 가을쯤 있을 앙코르 콘서트 역시 혼자 갈 확률이... 어흑 말이 씨가 되니 참자.)

 
즐겨보는 미드는 하우스, 오피스, how i met your mother 그리고 대망의 로스트가 있다. 영어 공부를 핑계로 가쉽걸이나 힐즈를 추가적으로 보곤 했지만 영어에 대한 절실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 둘은 섹스앤더시티와 함께 여성용 드라마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저 네 개 중에 가장 끈덕지게 보고 있는 미드가 하우스 인지라 이제는 매주 챙겨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다행이 하우스는 여전히 위험한 성적 농담을 일삼으며 심보가 뒤틀려 있고 그럼에도 꾸준히 35분 정도가 되면 빤짝 하고 영감을 얻어 회생불능의 환자를 우습게 부활시키니 참으로 오랫동안 같은 구성을 안정적으로이어나가고 있다. 아무리 메디컬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라도 그레이스아나토미와 같이 연애질 위주의 진행은 참을 수 없는데 하우스는 의학 드라마의 탈을 쓴 추리소설 같으니 로스트와 같은 반전과 긴장은 부족하더라도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잘 전달하고 있다. 특히나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하는 하우스의 날카로운 직감은 콜롬보의 능청스러움과는 또 다른 재능이다. 어쨌든 이번주에 24화가 방송되면서 시즌5가 마무리되었고 당분간 시즌6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게 되었다. 궁예 연기를 하기 위해 한 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다니니 그 눈의 시력이 떨어졌다는 배우의 말처럼 하우스 역의 휴 로리도 고관절에 무리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욕심같아서는 한 십년은 더 그의 명품 츤데레 연기가 보고 싶다. 

이번 에피를 보다가 눈에 들어온 것은 닥터 윌슨의 진료실에 붙은 포스터이다. 미국의 영상 디자이너 솔 바스(saul bass)가 작업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8년작 현기증(vertigo)의 인트로 장면인데 윌슨의 굴곡진 인생이 현기증을 느끼고 추락하는 주인공과 닮아있다면 너무 억지일까.

솔 바스에 대해 궁금하다면 그의 작품 이미지만 봐도 작업 스타일이 확 몸에 느껴질 것이다.

휴 로리의 깜찍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프렌즈 시즌4의 14화를 보자.
 
vertigo
★★★★
house
★★★☆ 

클라이브 오웬과 나오미 왓츠가 세계 은행의 음모를 파헤치는 요원으로 등장한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이데올로기, 종교, 국경을 아랑곳하지 않는 금융 기관을 통해 돈 앞에서는 모든 가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탐욕을 비판하고 있다. 영화 자체는 그리 매력 없을지 모르겠으나 독일, 이태리, 미국, 터키를 넘나드는 로케이션과 아우토슈타트, 과학 센터,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유명 건축물들의 실내외가 등장하는 까닭에 건축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추가적인 즐거움을 부여한다. 
세계은행의 본사로 나오는 이 곳은 독일 wolfsburg(발음이 어려워서 원어 그대로 표기)에 위치한 아우토슈타트(자동차도시)이다. 아우토슈타트는 폭스바겐의 본사, 공장, 전시장이 모여 형성된 일종의 자동차 테마파크로서 폭스바겐은 람보르기니,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등의 10여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멋진 차량을 원없이 감상할 수 있다. 어제 포르쉐가 폭스바겐과 합병을 했으니 더욱 엄청난 공룡기업이 탄생한 셈이고 아우토슈타트에서 포르쉐 전시장이 추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우토슈타트의 가장 큰 볼거리는 뭐니 뭐니해도 물 위에 세운 두개의 원통형 건물일 것이다. 유리 파사드로 인해 내부가 훤히 보이는 두 건물은 일종의 차량 자동판매기로써 고객이 차를 구매하게 되면 하루동안 저 건물 안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양도한다고 한다. 고객들은 아우토슈타트에서 일종의 관광을 한 뒤 회사측에서 제공하는 호텔에서 하룻밤 묵게 된다. 차량을 보관하는 두 개의 타워는 차를 세웠다 빼냈다 하는 로보트 팔이 내부에 있으며 방문객들의 흥미를 위해 수시로 기계 팔이 차량을 자동 주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가 아니라면 이 건물의 실내까지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매력이 바로 이 점이고 장소 섭외는 그만큼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우토슈타트의 진입부는 거대 기업의 권위를 나타내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아인트호벤이 필립스 도시인 것 처럼 wolfsburg는 폭스바겐 도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무척이나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현대 건축의 걸작 중 하나인 자하 하디드의 과학 센터가 중앙역 바로 옆에 들어서서 정말 생뚱맞은 인상을 주었다. 과학 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과학 체험 전시관으로서 영화에서는 건물이 이태리에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아우토슈타트와 아주 가깝다. 고로 배경은 전부 합성인 것이다. 
건물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구조와 천장의 조명은 미래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만들땐 고생 꽤나 했겠지만 완성 후에는 이렇게 멋진 배경이 된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전시의 조악함과 무분별함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아이들이 어찌나 깽판을 쳤는지 이 비싼 건물 내부는 저렴하기 그지 없다. 
과학 센터의 내부로 추정되는 공간. 역시 영화가 아니면 이런 곳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사이버틱한 의자 디자인 또한 콘크리트의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이 영화를 보게 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 구겐하임 미술관 때문이다. 영화 예고편을 통해 구겐하임 미술관 내부에서 총질하는 것을 본 후 과연 얼마나 대범하게 실내를 파괴했나 궁금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 수준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천창이 깨지고 전시장이 총알로 벌집이 될 정도니 실제 건물이 아닌 세트라고 예상되지만 너무 실물과 다를 바 없어 놀라울 따름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그의 작품을 걸레로 만들었는데 이런 경우 허락은 누구에게 받는지 궁금하다. 영화의 장소 섭외는 미술 감독의 역할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매우 탐나는 분야이고 국내에서 저런 장면을 찍는다면 어떤 곳이 물망에 오를지 혼자 상상해본다. (모든 이의 바램은 국회의사당인가?)

세계 은행의 총재이다 보니 사는 집도 예사롭지 않다. 벽난로 대신 드럼통을 가져다 놓는다면 우리네 현실과 비슷할 듯.
밀라노 두오모에 위치하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아케이드도 등장한다. 

★★★★ 




멋지다!!! 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원더걸스, 소녀시대에 그닥 마음이 끌리지 않았는데 일단 2ne1은 원초적 비트와 파워풀한 댄스로 새로운 여성 아이돌의 유형을 만들어낸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뮤비는 street, space 두 개 버전으로 만들어서 골라 보는 재미가 있고, 영상미도 뛰어나서 돈 들인 티가 팍팍 나는구나. space버전에서 박봄이 바니걸 의상으로 나올 때 원 떰즈 업! 그리고 산다라박이 '뽜이어~'할 때의 묘한 기계음과 그에 대비되는 인도 신화 모티브에서 투 떰즈 업!!
★★★★☆
일단 제목에서 큰 감점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기발한 제목이 생각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폭 마누라', '지구를 지켜라'와 같이 제목에서 상당히 저렴한 냄새가 난다. 차라리 '긴급조치 19호'가 제목에 있어서는 더 나은 것 같다. 독특한 소재에 비해 너무 뻔한 한국식 억지 감동을 유발하려고 해서 아쉽지만 아역 배우의 어른 스러움을 감상하는 것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극중 차태현의 집 인테리어와 창 밖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무척 탐이 난다.

극중 박보영과 사랑했었던 남자가 입고 있는 티에 주목하라. 나메크 언어 비슷하게 보이는 패턴이 뭔가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장림종 '문자로서의 공간' 1999

디지털 공간 연구를 통해 생성된 다양한 평면들이 티셔츠에 그려진 패턴과 무척이나 흡사하다. 티셔츠의 패턴은 어떤 구성 논리를 통해 만들어진 형상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구축적인 이미지를 프린트 해서 티셔츠를 팔고 싶은 나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영화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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