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아 울지마 T_T
trivial
- 트위터에나 어울릴 글이지만 트위터가 없는 관계로... 2010.01.13 3
- 환영받지 못한 백설 2010.01.12
- 2009 창고 대 방출! 폐업 정리합니다! 2009.12.31 4
- 고독 2009.12.2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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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플갱어는 아니지만... 2009.12.15 3
- eye level 2009.12.13 1
- 지하철에서의 불쾌함 2009.12.01 2
트위터에나 어울릴 글이지만 트위터가 없는 관계로...
2010. 1. 13. 23:12
환영받지 못한 백설
2010. 1. 12. 03:15
토요일 일요일 아파트 단지를 비롯하여 차가 다녀야 하는 길 위의 눈과 얼음은 거진 다 사라져버렸다. 새벽녁 중장비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몇 일 들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는 다시 아스팔트의 검은 자태로 뒤덮였다. 가끔씩 저녁에 눈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지나가곤 했는데 이틀동안 그 많던 눈들이 다 사라진 걸 보면 남들 자는 시각에 인부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 해야 했는지 측은할 따름이다. 아침에는 아파트 수위아저씨들이 삽으로 얼음을 깨는 소리와 바닥을 쓰는 거친 소리가 단지에 울려 퍼지며 하루가 시작되었었다. '뜻이 있으신 주민들은 함께 하자'고 방송으로 협조를 구했지만 자기들 차 주변의 눈만 치워도 감지덕지인 것이 요즘의 이웃들 아니겠는가.
이제는 제법 도로도 정상화됐고 콩나물 시루같았던 지하철도 여유가 있으니 매일같이 업무와 사투를 벌이는 현대인에게 바람직한 환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냥 자연히 알아서 사라질 때 까지 수북히 쌓인 눈을 감상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낭만과 기다림이 없음에 아쉽기도 하다. 눈이 녹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히 잠든 도시를 꿈꿔본다.
이제는 제법 도로도 정상화됐고 콩나물 시루같았던 지하철도 여유가 있으니 매일같이 업무와 사투를 벌이는 현대인에게 바람직한 환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냥 자연히 알아서 사라질 때 까지 수북히 쌓인 눈을 감상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낭만과 기다림이 없음에 아쉽기도 하다. 눈이 녹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히 잠든 도시를 꿈꿔본다.
2009 창고 대 방출! 폐업 정리합니다!
2009. 12. 31. 22:07
1988년 1월 1일에는 만화 '독고탁'과 함께 했고, 89년 1월 2일에는 '람보'와 함께 했군요.
2009년 12월 31일은 '지붕 뚫고 하이킥'과 함께 하고 있고, 1월 1일에는 역시 '지.뚫.킥'의 지난 에피소드들과 영화 '가위손'이 함께 할 예정입니다.
2008년에는 1989년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책을 세 권 출판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부끄럽게도 단 한 권도 실천하지 못했네요. 하지만 메디컬 드라마 두 시즌 분량의 병원생활이 있었던 작년에 비해 올 해는 사회로 나와 이런 저런 잡일들을 하면서 새 인생을 설계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 해의 꿈은 자연스럽게 내년으로 이어져 2010년 꼭 책을 세 권 낼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싶고, 그 동안 여러모로 관심 갖고 성원해준 블로그 방문자들과 지인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또 한 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008년에는 1989년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책을 세 권 출판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부끄럽게도 단 한 권도 실천하지 못했네요. 하지만 메디컬 드라마 두 시즌 분량의 병원생활이 있었던 작년에 비해 올 해는 사회로 나와 이런 저런 잡일들을 하면서 새 인생을 설계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 해의 꿈은 자연스럽게 내년으로 이어져 2010년 꼭 책을 세 권 낼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싶고, 그 동안 여러모로 관심 갖고 성원해준 블로그 방문자들과 지인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또 한 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독
2009. 12. 27. 01:57
롤랑 바르트가 사진에 대해 쓴 '작은 방'을 펼쳐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에 감전이라도 당한 듯 정신이 번쩍 트였다. 내 영혼의 뺨따구를 세차게 날린 그 글은 이러하였다.
"인생은 작은 고독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 제기랄. 그동안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말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꼬마였던 시절부터 오래도록 주변을 망령처럼 떠 돌던 찝집함이 저 문장 하나에 모두 함축되어있구나.
그래. 그것은 작은 고독들이었다. 잠을 못 자게 하고 밥 맛을 잃게 하고 깊은 한 숨이 절로 나오게 하는 커다란 고독들이 아니라 손톱을 평소보다 0.1mm 더 안쪽으로 잘라냈을 때의 얼얼한 느낌, 굳이 손 대지 않으면 성 나지 않을 그런 소소하고 티끌같은 고독들이었다.
나만 에반게리온을 극장에서 보고, 나만 RPG게임 좋아하고, 나만 동률형 콘서트에 가고, 나만 아토피에 강직성 척추염이고... 그래서 극장이나 공연장 좌석을 한 자리만 예매하게 되고, 재밌는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막히면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혼자 가야 하고, 그러다 혼자 밥을 먹게 되는 일상들. 누군가로부터 이해나 공감을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을 나는 왠지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는 서정주 시인의 문장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가슴을 후벼파는 동질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인생은 작은 고독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 제기랄. 그동안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말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꼬마였던 시절부터 오래도록 주변을 망령처럼 떠 돌던 찝집함이 저 문장 하나에 모두 함축되어있구나.
그래. 그것은 작은 고독들이었다. 잠을 못 자게 하고 밥 맛을 잃게 하고 깊은 한 숨이 절로 나오게 하는 커다란 고독들이 아니라 손톱을 평소보다 0.1mm 더 안쪽으로 잘라냈을 때의 얼얼한 느낌, 굳이 손 대지 않으면 성 나지 않을 그런 소소하고 티끌같은 고독들이었다.
나만 에반게리온을 극장에서 보고, 나만 RPG게임 좋아하고, 나만 동률형 콘서트에 가고, 나만 아토피에 강직성 척추염이고... 그래서 극장이나 공연장 좌석을 한 자리만 예매하게 되고, 재밌는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막히면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혼자 가야 하고, 그러다 혼자 밥을 먹게 되는 일상들. 누군가로부터 이해나 공감을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을 나는 왠지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는 서정주 시인의 문장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가슴을 후벼파는 동질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091224
2009. 12. 25. 00:49
중고등학교 때의 크리스마스 이브란 아주 작은 일탈이 가능했던 날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성탄미사를 보러 밤 늦게 성당에 가시면 형과 나는 전자오락을 하거나
야시시한 장면들과 액션이 잘 버무려진 007같은 영화를 봤습니다.
게임기나 비디오가 있어도 몰래 몰래 즐겨야 했던 집안 분위기 탓에
부모님 돌아오시는 구둣발 소리가 날 때 후다닥 방에 들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부모님을 맞이하는 일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24일에 나가 25일에 들어와도 거리낌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대학 입시보다 더 경쟁률이 높은 택시(누군가에게는 모텔)잡기가 싫어서
일찍 파티 장소를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걸어가는 내내
그 때 형과 함께 집에서 보내던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가족이 한데 모여 트리도 만들고
유치원 원장님이 산타 할아버지를 선물과 함께 집에 보내주신 때도 있었습니다.
반짝 반짝 점멸하는 전구들을 넋 놓고 바라보곤 했는데
이제는 맞은 편 아파트 거실에서조차도 트리 불빛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꼭 매년 챙기기로 다짐 합니다.
당장 내년에는 파티 드레스 코드에 맞출 수 있게 빨간 니트라도 장만 하구요.
유쾌함, 화려함, 따뜻함, 분주함, 적적함 등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성탄절은
어쨌든 의미있는 하루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부모님께서 성탄미사를 보러 밤 늦게 성당에 가시면 형과 나는 전자오락을 하거나
야시시한 장면들과 액션이 잘 버무려진 007같은 영화를 봤습니다.
게임기나 비디오가 있어도 몰래 몰래 즐겨야 했던 집안 분위기 탓에
부모님 돌아오시는 구둣발 소리가 날 때 후다닥 방에 들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부모님을 맞이하는 일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24일에 나가 25일에 들어와도 거리낌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대학 입시보다 더 경쟁률이 높은 택시(누군가에게는 모텔)잡기가 싫어서
일찍 파티 장소를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걸어가는 내내
그 때 형과 함께 집에서 보내던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가족이 한데 모여 트리도 만들고
유치원 원장님이 산타 할아버지를 선물과 함께 집에 보내주신 때도 있었습니다.
반짝 반짝 점멸하는 전구들을 넋 놓고 바라보곤 했는데
이제는 맞은 편 아파트 거실에서조차도 트리 불빛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꼭 매년 챙기기로 다짐 합니다.
당장 내년에는 파티 드레스 코드에 맞출 수 있게 빨간 니트라도 장만 하구요.
유쾌함, 화려함, 따뜻함, 분주함, 적적함 등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성탄절은
어쨌든 의미있는 하루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본인은 아직 철이 없어 뿔이 자라지 않는 관계로 지인의 크고 탐스러운 녹용을 협찬 받았습니다.
091221
2009. 12. 23. 01:29
오기사디자인 송년회 at 가로수길 사루비아
촬영: 배려, J대리
촬영: 배려, J대리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으로 계속되는 즐거운 연말을 보내는 중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칼로리 섭취는 과잉 단계를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역으로 통장 잔액은 원심력을 받아 경쾌하고 빠르게 제 손에서 벗어나고 있네요.
해저탐사로 치자면 대륙붕쯤 내려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스티브 지소우와의 해저생활'을 추천하고 갑니다.
연말에 잘 어울리는 별 다섯개짜리 영화입니다.
p.s.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올린 사진이라 혹시라도 사진 공개를 원치 않는 분은 꼭 연락주세요.
091220
2009. 12. 21. 00:20
세상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은 나 같은 사람과도
기꺼이 함께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고마움이란 감정을 잊지 않고 삽니다.
기꺼이 함께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고마움이란 감정을 잊지 않고 삽니다.
도플갱어는 아니지만...
2009. 12. 15. 01:12
세상 어딘가에는 나와 동일한 이름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가 유명인이라면 인터넷에서 이름을 쳤을 때 당연히 본인이 가장 먼저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 무엇 하는 사람이기에 검색창에 이름이 오르내리나 궁금해 해 본 적 없는지. 너무 흔한 이름이라면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보의 양에 감히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이름은 흔할 지라도 성은 그렇지 않아서 나름 시도해 볼만한 여유가 있다.
일단 만화가와 의사가 눈에 띄는데 '소년은 울지 않는다'라는 만화책을 낸 작가는 그래도 책을 낼 정도니 나름 인지도가 있나보다. 나도 어렸을 적엔 밥보다 만화를 더 좋아하던 때가 있었으니 상당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개원의로서 병원 등록을 한 몇 몇 닥터들은 초등학교 때 부터 고등학교 2학년 까지 나의 꿈을 대신 이루어진 또 다른 배윤경이다. 딱히 가고 싶은 학과는 없었고 그나마 의대에 관심이 많았는데 강직성척추염이라는 병을 얻고 나서는 의대 공부가 힘들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의사의 꿈을 포기하였다. 그 후에 거기가면 그림 많이 그린다더라 카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원서 지원하는 곳 앞에서 즉흥적으로 고른 학과가 건축과였다. 괄약근을 비집고 나오려는 이 요상한 기운이 지금 방구인지 똥인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짧게 평생의 진로를 선택한 죄로 의대보다 더 혹독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시 드라마의 영향으로 건축가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고 그게 입시 경쟁률에 한 몫 단단히 하였다. 난 드라마도 보지 않았고 그냥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을 뿐인데... 나중에 설계 사무소에 취직을 했을 때 스케치를 하나 그려서 낸 적이 있는데 소장이 그걸 보더니 콧 방귀를 대차게 날리며 한 마디 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너 지금 만화 그리냐?"
그리고 건축 작가라는 새로운 직종을 개척한 요즘 네이버에서 이 사람을 발견하였다. 그의 제3세계 음악에 대한 해박함도 놀랄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남자 배윤경은 세상에서 나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또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글쟁이 이고 나도 좋아라하는 제3세계 음악에 대한 전문가였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선배를 대하듯 존경심이 솟아나고 이와 동시에 이 사람을 뛰어 넘는 전문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을 새겨넣었다.
→ 작가 배윤경
조금 밑에 내려가 보니 또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 그리고 이런 것을 발견하였다.
올 봄에 네덜란드 교육진흥원에서 급하게 유학수기를 요청해 원고를 넘겨준 적이 있는데 이런 곳에 게재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브로셔와 웹에 동시에 올린다고 했는데 브로셔도 보내 준다고 말만 하고 그 뒤로 감감 무소식이더니 이런 블로그가 있었을 줄이야. 나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섭섭할 따름이다. 브로셔가 나왔단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메일을 보내 집으로 좀 보내주소 했는데도 응답이 없었으니 나도 조금은 기분이 상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건축 가이드북 때문에 작은 일을 부탁한게 10월 이었는데 금방 해 줄 것 처럼 얘기하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 보니... 그들은 그냥 함흥차사였던 것이다. 아무리 네덜란드 교육진흥원이라지만 네덜란드의 나쁜 점까지 닮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네이버에 이름 한 번 친걸로 이렇게 잡다한 얘기가 뽑아져 나왔으니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봄이 어떨런지.
스스로가 유명인이라면 인터넷에서 이름을 쳤을 때 당연히 본인이 가장 먼저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 무엇 하는 사람이기에 검색창에 이름이 오르내리나 궁금해 해 본 적 없는지. 너무 흔한 이름이라면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보의 양에 감히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이름은 흔할 지라도 성은 그렇지 않아서 나름 시도해 볼만한 여유가 있다.
일단 만화가와 의사가 눈에 띄는데 '소년은 울지 않는다'라는 만화책을 낸 작가는 그래도 책을 낼 정도니 나름 인지도가 있나보다. 나도 어렸을 적엔 밥보다 만화를 더 좋아하던 때가 있었으니 상당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개원의로서 병원 등록을 한 몇 몇 닥터들은 초등학교 때 부터 고등학교 2학년 까지 나의 꿈을 대신 이루어진 또 다른 배윤경이다. 딱히 가고 싶은 학과는 없었고 그나마 의대에 관심이 많았는데 강직성척추염이라는 병을 얻고 나서는 의대 공부가 힘들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의사의 꿈을 포기하였다. 그 후에 거기가면 그림 많이 그린다더라 카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원서 지원하는 곳 앞에서 즉흥적으로 고른 학과가 건축과였다. 괄약근을 비집고 나오려는 이 요상한 기운이 지금 방구인지 똥인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짧게 평생의 진로를 선택한 죄로 의대보다 더 혹독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시 드라마의 영향으로 건축가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고 그게 입시 경쟁률에 한 몫 단단히 하였다. 난 드라마도 보지 않았고 그냥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을 뿐인데... 나중에 설계 사무소에 취직을 했을 때 스케치를 하나 그려서 낸 적이 있는데 소장이 그걸 보더니 콧 방귀를 대차게 날리며 한 마디 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너 지금 만화 그리냐?"
그리고 건축 작가라는 새로운 직종을 개척한 요즘 네이버에서 이 사람을 발견하였다. 그의 제3세계 음악에 대한 해박함도 놀랄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남자 배윤경은 세상에서 나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또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글쟁이 이고 나도 좋아라하는 제3세계 음악에 대한 전문가였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선배를 대하듯 존경심이 솟아나고 이와 동시에 이 사람을 뛰어 넘는 전문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을 새겨넣었다.
→ 작가 배윤경
조금 밑에 내려가 보니 또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 그리고 이런 것을 발견하였다.
올 봄에 네덜란드 교육진흥원에서 급하게 유학수기를 요청해 원고를 넘겨준 적이 있는데 이런 곳에 게재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브로셔와 웹에 동시에 올린다고 했는데 브로셔도 보내 준다고 말만 하고 그 뒤로 감감 무소식이더니 이런 블로그가 있었을 줄이야. 나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섭섭할 따름이다. 브로셔가 나왔단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메일을 보내 집으로 좀 보내주소 했는데도 응답이 없었으니 나도 조금은 기분이 상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건축 가이드북 때문에 작은 일을 부탁한게 10월 이었는데 금방 해 줄 것 처럼 얘기하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 보니... 그들은 그냥 함흥차사였던 것이다. 아무리 네덜란드 교육진흥원이라지만 네덜란드의 나쁜 점까지 닮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네이버에 이름 한 번 친걸로 이렇게 잡다한 얘기가 뽑아져 나왔으니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봄이 어떨런지.
eye level
2009. 12. 13. 18:07
내가 사는 4층 높이로 삐죽 머리를 내민 은행나무 한 그루. 그동안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긴 세월 광합성을 하고 낙엽을 털어냈을까. 그에 비해 콘크리트 나무는 너무 빨리 자라고 길고 넓은 음영을 만든다. 작년 겨울만해도 잘 보이던 쥐에스 자이를 삼성 래미안이 완전히 가려버렸고 그 틈 사이로 무엇이 보였었는지 찾으려 해도 이젠 너무 늦었다.
지하철에서의 불쾌함
2009. 12. 1. 00:58
원치 않게 벌어질 수 있는 타인과의 적대적 관계가 싫어 운전을 하지 않는 나는 다행이도 대중교통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버스에서는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사님의 라디오 채널과 내가 듣고 싶은 채널이 다를 때에 발생되는 난감함과 멀미를 잘 하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다는 단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가 막히거나 와일드하게 운전하는 기사님 때문에 내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굳이 음침하고 갇힌 지하 세계를 당연하게 택하게 된다. 공조시스템에 의한 인조공기가 아닌 바깥의 상쾌함과 더불어 휙 휙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효율성, 안정성, 정확성, 친 환경성 등 여러가지 근현대적인 가치와 맞 바꾼 셈이다. 하지만 이러쿵 저러쿵 해도 이동시간에 주로 책을 읽는 습성의 사람으로서 멀미나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당연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가끔 음악을 들을 때도 있지만 mp3도 다운받지 않고 그렇다고 음반을 자주 살 여유가 없는 요즘은 한정된 선곡들로 인해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 아직 한 번도 나의 관음적 시선을 느껴보지 못한 수 많은 책들이 지하철에서 지루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요즘 같이 첨단을 달리는 기술만능시대에 왜 지하철 2, 3호선에서는 라디오를 들을 수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책을 펼치게 되는 면도 있으니 더 이상 군말 않고 비교적 가볍고 작은 크기의 건축 서적을 펼쳐든다.
대체 언제부터 지하철은 움직이는 상권이 되었을까. 사방은 광고판으로 도배가 됐고 가끔은 정차할 역을 알리는 목소리 대신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뉴스가 광고와 반반씩 섞여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문이 열리자 특유의 싸구려 박스통을 밀며 스카프, 토시, 우산, 칼, 팝송 등등을 파는 장사치들이 죄송한 건 알지만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잠시만 참으라는 느낌으로 의례 당당히 물건 홍보를 하고, 이에 질세라 귀머거리 아저씨 아줌마들이 핸드폰에 대고 돌고래 수준으로 고래 고래 목청을 높인다. 나이 탓으로 자연히 고막이 퇴화된 걸 뭐라할 수 있겠냐마는, 또 내가 늙더라도 소머즈 귀가 실용화되지 않아 나도 같은 불편함을 겪을 수 있겠지만 굳이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사적인 통화를 해야 하는지는 그다지 오래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딴에는 매너를 지킨답시고 입을 가리며 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목소리의 데시벨이 작지 않은 이상 입에서 나온 소리는 곧바로 손바닥이 만드는 움푹한 동굴을 타고 더 낮고 음침하게 깔려 옆 사람의 고막이 아닌 골을 타고 들어가 웅웅대는 소리로 뒤바뀐다. (소리는 고막으로도 듣지만 두개골로도 듣기 때문에 골전도 이어폰도 나오는 것이고 특히 자신이 녹음한 목소리를 들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두개골로 받아들이는 소리 때문이라 한다.)
최근의 dmb시청은 새롭게 등장한 적이다. 지하철에서 외부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사람들이 미친놈인 줄 알텐데 이상하게도 dmb는 당당하게 스피커로 감상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핸드폰 dmb시청을 위해서는 일반 이어폰 잭 말고 그 핸드폰에만 맞는 잭이 달린 이어폰을 써야 하는데 두 가지를 모두 챙기기 귀찮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부터 이어폰이란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나보다. 더군다나 '선덕여왕'과 같은 범 국민적 드라마가 방송될 시간에는 그런 몰상식한 행위가 더 빈번해진다. 내 비록 옆자리의 승객과 일면식은 없지만 흘끔 흘끔 드라마 화면을 쳐다보는 걸 보니 대사도 은근 궁금해 할테고, 그래서 이 내가 붉은 옷을 입고 오필승코리아와 대한민국을 함께 외쳤던 민족적 동질감으로 주옥같은 대사들을 공유하자는 의도였을까.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이건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심지어 두 사람 이상 같은 방송을 시청하면 도플러효과 때문에 배우의 대사가 서라운드 입체음향으로 시간차 공격을 한다. 왜 다들 불러보지 않았나? 돌림노래의 대명사 '동네 한 바퀴'말이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1분단이 먼저 부르기 시작하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2분단이 그 뒤를 따르고 그렇게 3분단, 4분단이 합세하다 보면 나중에 거대한 메아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다. 하지만 노래 가사 대신 사극 대사와 특유의 음색이라면 차라리 불당에서 경전 읊는 소리를 듣는 것이 나을 정도이다. 하아.... 그저 한 숨이 길게 나온다. 대통령이 탄핵될 때 보다 내가 피부로 느끼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건 너무 개인주의적인 삶일까. 도저히 상황을 참지 못하고 옆 칸으로 이동한다. 다행이도 그 곳에는 술 취해 역한 숨을 내 뿜는 취객도 없고 핸드폰 통화하는 사람도 없이 아주 조용한 객차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이 참에 한마디 하자면 일본 친구 말로는 지하철 역에서 핸드폰 통화는 되지만 객차가 운행 중에는 전파를 차단해 핸드폰이 안 터진다고 하더라. 물론 모두가 동일하게 소중하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막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니 일본처럼 극단적인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실내공간에서는 그에 걸맞는 에티켓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개인의 자유간에 접점을 찾을 수 없다면 적어도 모두의 행위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분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가. 이미 노약자를 위한 자리가 오래전부터 마련되었고 전동차를 타는 장애인이나 자전거를 위한 장소가 신설되고 출퇴근시 여성 전용 객차가 제공되니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객차 두 량정도만 분배해주면 정말 행복한 대중교통 이용이 될 거라 확신하는 바이다. 꼭 지하철에서 장사를 해야겠다면 그것도 좋고, 연인이 담소를 나누거나, 비즈니스맨이 중대한 통화를 하는 것도 모두 좋다. 그러니 나도 온갖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책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라 이 놈들아!!!!!! 건축 책 이해할려면 열라게 집중해도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온단 말이여!!!!!!!!!!!!
대체 언제부터 지하철은 움직이는 상권이 되었을까. 사방은 광고판으로 도배가 됐고 가끔은 정차할 역을 알리는 목소리 대신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뉴스가 광고와 반반씩 섞여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문이 열리자 특유의 싸구려 박스통을 밀며 스카프, 토시, 우산, 칼, 팝송 등등을 파는 장사치들이 죄송한 건 알지만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잠시만 참으라는 느낌으로 의례 당당히 물건 홍보를 하고, 이에 질세라 귀머거리 아저씨 아줌마들이 핸드폰에 대고 돌고래 수준으로 고래 고래 목청을 높인다. 나이 탓으로 자연히 고막이 퇴화된 걸 뭐라할 수 있겠냐마는, 또 내가 늙더라도 소머즈 귀가 실용화되지 않아 나도 같은 불편함을 겪을 수 있겠지만 굳이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사적인 통화를 해야 하는지는 그다지 오래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딴에는 매너를 지킨답시고 입을 가리며 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목소리의 데시벨이 작지 않은 이상 입에서 나온 소리는 곧바로 손바닥이 만드는 움푹한 동굴을 타고 더 낮고 음침하게 깔려 옆 사람의 고막이 아닌 골을 타고 들어가 웅웅대는 소리로 뒤바뀐다. (소리는 고막으로도 듣지만 두개골로도 듣기 때문에 골전도 이어폰도 나오는 것이고 특히 자신이 녹음한 목소리를 들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두개골로 받아들이는 소리 때문이라 한다.)
최근의 dmb시청은 새롭게 등장한 적이다. 지하철에서 외부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사람들이 미친놈인 줄 알텐데 이상하게도 dmb는 당당하게 스피커로 감상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핸드폰 dmb시청을 위해서는 일반 이어폰 잭 말고 그 핸드폰에만 맞는 잭이 달린 이어폰을 써야 하는데 두 가지를 모두 챙기기 귀찮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부터 이어폰이란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나보다. 더군다나 '선덕여왕'과 같은 범 국민적 드라마가 방송될 시간에는 그런 몰상식한 행위가 더 빈번해진다. 내 비록 옆자리의 승객과 일면식은 없지만 흘끔 흘끔 드라마 화면을 쳐다보는 걸 보니 대사도 은근 궁금해 할테고, 그래서 이 내가 붉은 옷을 입고 오필승코리아와 대한민국을 함께 외쳤던 민족적 동질감으로 주옥같은 대사들을 공유하자는 의도였을까.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이건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심지어 두 사람 이상 같은 방송을 시청하면 도플러효과 때문에 배우의 대사가 서라운드 입체음향으로 시간차 공격을 한다. 왜 다들 불러보지 않았나? 돌림노래의 대명사 '동네 한 바퀴'말이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1분단이 먼저 부르기 시작하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2분단이 그 뒤를 따르고 그렇게 3분단, 4분단이 합세하다 보면 나중에 거대한 메아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다. 하지만 노래 가사 대신 사극 대사와 특유의 음색이라면 차라리 불당에서 경전 읊는 소리를 듣는 것이 나을 정도이다. 하아.... 그저 한 숨이 길게 나온다. 대통령이 탄핵될 때 보다 내가 피부로 느끼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건 너무 개인주의적인 삶일까. 도저히 상황을 참지 못하고 옆 칸으로 이동한다. 다행이도 그 곳에는 술 취해 역한 숨을 내 뿜는 취객도 없고 핸드폰 통화하는 사람도 없이 아주 조용한 객차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이 참에 한마디 하자면 일본 친구 말로는 지하철 역에서 핸드폰 통화는 되지만 객차가 운행 중에는 전파를 차단해 핸드폰이 안 터진다고 하더라. 물론 모두가 동일하게 소중하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막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니 일본처럼 극단적인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실내공간에서는 그에 걸맞는 에티켓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개인의 자유간에 접점을 찾을 수 없다면 적어도 모두의 행위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분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가. 이미 노약자를 위한 자리가 오래전부터 마련되었고 전동차를 타는 장애인이나 자전거를 위한 장소가 신설되고 출퇴근시 여성 전용 객차가 제공되니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객차 두 량정도만 분배해주면 정말 행복한 대중교통 이용이 될 거라 확신하는 바이다. 꼭 지하철에서 장사를 해야겠다면 그것도 좋고, 연인이 담소를 나누거나, 비즈니스맨이 중대한 통화를 하는 것도 모두 좋다. 그러니 나도 온갖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책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라 이 놈들아!!!!!! 건축 책 이해할려면 열라게 집중해도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온단 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