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증가하는 주택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게 된 80년대부터는 주거 환경의 양적 성장을 떠나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결국 공간적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축을 건설과 문화의 중간 영역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변화를 바탕으로 공간의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사회,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생각하는 통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물리적 환경을 다루는 정책 문건인
국토공간계획(Nota)과는 별도로 마련된 건축 정책에 대해 소개하며 건축 센터가 밀집해 있는 로테르담의 예를 통해 정책을 실천하는 보조 기구들과 민간 부분의 현황을 알리고자 한다. 이로써 네덜란드의 건축이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배경을 정책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앙 정부의 정책과 관련 기관
건축 정책
네덜란드는 1990년대 초부터 공간적 품질 향상을 목표로 자치적인 건축 정책을 수립하였는데 핵심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초의 정부 주도 건축 정책은 1991년에 발표한
'건축을 위한 공간(space for architecture)'에서 출발한다. 이 문서는 교육문화과학부(OCW)와 주택공간계획환경부(VROM)의 승인을 받아 네덜란드건축협회(NAi), 지역건축센터, 건축장려기금 등을 잇따라 설립하는 근거가 되었다. 두번째 정책은 1996년에 수립된
'공간의 건축(architecture of space)'으로서 정책이 다루는 범위를 도시개발, 조경, 사회기반시설, 민간 영역으로 광범위하게 확장시켰다. OCW와 VROM와 함께 추가적으로 농림식품부(LNV)와 교통수자원부(V&W)의 승인이 이루어졌다. 세번째 정책 문서
'네덜란드 구성하기(shaping the netherlands)'는 2001부터 2004년 까지 유효한 것으로서 건축적, 공간적 품질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스케일을 갖는 열 가지 주요 사업에 관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를 승인하는 기관으로 OCW, VROM, LNV, V&W에 경제부(EZ)가 추가되었으며 각각의 부처는 적어도 하나의 사업을 채택하였다. 또한 국가건축가협회는 수준 높은 품질을 보장하고 사업 초기부터 디자인 연구가 병행되도록 보조하였다. 2005년부터 2008년을 바라보며 작성한 최근의 문건은
'공간 계획과 문화에 관한 실천 계획(action program on spatial planning and culture)'으로서 문화, 역사, 건축, 도시, 조경의 서로 다른 분야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지방 정부와 민간 부분이 통합된 계획을 수립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차 정책에서는 3차 때의 사업들을 모범삼아 정부의 역할, 진행 단계, 규모, 디자인 면에서 다양하게 분화되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the new rijksmuseum: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의 리노베이션
· the new holland water line: 오래된 방어기지의 보존과 개발
· design of motorway routes and their surroundings: 도로와 그 주변 환경의 질적 향상
· business park architecture: 배치, 조경, 건물의 품질을 촉진
· improvement of professional commissioning practices: 새로운 사업에서 공간적 품질을 촉진
· embassy buildings: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건축/실내 디자인
· change of function of sites and structures formerly used for defence purpose: 방어기지의 재생
· afsluitdijk: Zuiderzee를 막는 토목 공사의 75주년
· limes: 로마제국 국경을 강조하는 디자인 모색
· design in the green heart: 란스타트 중심 녹지 디자인
· post-war district: 문화적 측면을 강조한 도시 재개발
· water as element in spatial design: 디자인에 친수 요소 도입
· world heritage: 세계문화유산의 보존과 개발
1. VROM에서 발행한 4차 국토공간계획(Nota)로서 신도시 개발을 향한 초석을 마련하였다. 2. 5차 국토공간계획. Nota Ruimte라고도 하며 2020년까지의 계획을 담고 있다.
VROM, OCW
VROM(주택공간계획환경부)는 주택 공급과 주거 환경 개발에 관한 모든 정책을 수립하는 부처로서 세대를 거듭하여 지속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60년부터 대략 10년에 한 번꼴로 발행하는 Nota(공간 계획에 관한 메모)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사회, 경제, 환경적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해 국토 개발 계획이 갖추어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는 정책 문건이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네덜란드가 앞으로도 일관성 있고 살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데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지침이 되고 있다. OCW(교육문화과학부)는 교육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으로서 건축의 문화적 기능이 강조되는 근래에 들어 더욱 그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
Rijksgebouwdienst
공공시설관리국에 해당하는 Rijksgebouwdienst는 헤이그에 위치한 VROM에 속해 있으며 정부의 각 부처들이 맡은 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쾌적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을 갖는다. 정부 청사, 국책 연구소, 고대 유적, 고성, 감옥, 박물관 등 총 11만 명을 위한 2,000여 건물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부동산 회사 중 하나인 셈이다. 이 공공시설관리국의 수장이
Rijksbouwmeester(국가건축가)로서 건축, 건설, 건축 유산, 인프라, 건축 정책, 시각 예술 전반에 걸쳐 중앙 정부의 자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2006년을 기해 200주년을 맞이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건축가 제도는 왕권의 성립과 동시에 활약한 왕립건축가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직접 디자인을 수행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국가핵심공공사업에 대해 적절한 건축가를 지명하고 독립적인 자문 위원으로서 활동하는 현대적 기능은 1950년대 말부터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최대 5년의 임기를 갖는 국가건축가는 jo coenen과 mels crouwel을 거쳐 2008년부터 liesbeth van der pol이 직책을 맡고 있다.
BNA (Bouwkunst Bond van Nederlandse Architecten)
왕립건축가협회인 BNA는 건축가의 실무 역량을 증진시키고 건축계 전반의 발전을 도모하는 전문 기관으로서 '건축 발전을 위한 모임'(1842)과 베를라헤가 선두 지휘를 했던 '네덜란드 건축연합'(1908)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1919년에 두 단체가 병합하고 1957년 왕실의 인증을 받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조직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총 1,500개 건축 사무소의 3,0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BNA의 회원으로 등록되었으며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의 75%가 협회와 직접 관계될 정도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건축사협회 SBA(Stichting Bureau Architectenregister)인증을 받은 건축사는 BNA의 회원으로 등록되며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협회의 다각적인 활동들은 다음과 같다.
· BNA Blad라는 월간지를 발행하여 회원들이 전문 직업인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한 최신의 정보를 제공한다.
· 교육 과정과 회의에 관한 정보를 통해 회원들이 전문가로서 꾸준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 자체적 세미나와 워크샵을 구성한다.
· 건축가와 건축주 사이의 계약 관계를 위한 법적 기준(DNR)을 제시한다.
· 정부와 주요 건축 사무소간의 관계를 유지한다.
· 해외 전문 인력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 집단의 노동 협약을 이끌어 내는데 있어 고용주와 피고용인을 동시에 대변한다.
· 건축주가 건축가를 선정하는데 있어 자문 역할을 한다.
또한 건물의 완공여부에 관계없이 건축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 건축가 혹은 비건축인에게 BNA Kubus 상을 수상하며, 2006년부터 매년 6개 광역 자치구에서 우수 건축을 선정해 올해의 건축 상을 수여한다. 매년 6월 말, 하루나 이틀에 걸쳐 평소에 접근이 어려웠던 민간 건물들을 일반에게 가이드 투어 형식으로 공개하는 건축의 날 프로그램 또한 BNA가 주최하는 주요 행사이며 이를 통해 건축 문화가 지역 사회의 관심을 얻고 단단한 결속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NAi
20여년의 역사를 갖는
네덜란드건축협회 NAi(the Netherlands Architecture institute)가 로테르담의 미술관이 집결한 뮤지엄파크에 자리잡게 된 것은 1993년도 부터이다. NAi는 협회장을 필두로 자료 수집, 전시, 사무, 대외 업무, 재정부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건축 담론을 형성하는 연구소이자 건축, 도시, 조경, 실내건축에 관한 전시를 매년 20회 이상 기획하는 전시장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1800년 이후 현저한 활동을 보였던 네덜란드 건축가들에 관한 거의 모든 시각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도서관에 비치된 35,000권의 도서들은 누구든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도록 개방적이다. 전문 건축인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건축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강의, 좌담, 출판, 답사,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건축이 모두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문화적 활동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이렇게 생산된 양질의 컨텐츠들은 출판물을 통해 재생산되며, 로비에 위치한 서점에서는 전시 주제와 관련된 서적들을 판매하여 다양한 종류의 자료들을 매개한다. archis, AMO, 콜럼비아 대학원 개발보존학과의 협업으로 발행되는 volume지의 편집장을 맡는 동안 국제 정치, 사회적 이슈에 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성찰적 태도를 피력했던 Ole Bouman이 2007년부터 새로운 협회장으로 위촉되었으며 VROM, OCW, 외무부, 경제부의 정부 단체와 여러 민간 사업단이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VVV
관광안내소인 VVV는 건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는 조직은 아니지만 방문자가 도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모든 도시에 적어도 하나의 VVV가 상주해 있으며 주로 기차역과 같은 교통의 결절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견고한 하나의 단위로 구성되기 보다는 각 도시의 특성과 이벤트에 따라 외부 프로그램과 결합되기 때문에 일종의 도시 전시장, 건축 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건축가들의 작업이 전 국토에 걸쳐 산재해 있는 네덜란드에서 VVV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Architectuur Lokaal
제1차 정부 주도 건축정책인 '건축을 위한 공간(Space for Architecture)'의 결과로 1993년에 설립되었으며 지역 정부의 건축 관련 업무를 보조하고 지역 정책을 수립하는 관계 당국들을 위한 자문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국내외를 불문하고 건축 관련 이해 당사자들 간의 직접적인 협의를 이끌어내며 개별 건축주 포함 건설 시장과 건축가 사이에서 문화적 교류를 주도함으로써 지역 사회와의 원만한 소통을 도모한다. 이들의 활동은 VROM과 OCW로부터 받는 40만 유로의 재정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매해 평균 100만 유로에 이르는 시장을 창출하게 된다.
Nirov
헤이그에 본사를 둔 Nirov는 주택과 계획 분야의 전문성을 위해 결성된 지식 센터이다. 도시와 지역 개발에 대한 전문가 만 여명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으며 이들 간의 업무상 교류를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각종 회의, 토론회, 답사, 기행 등 매년 120여 가지의 활동을 조직하여 전문 지식 전달과 최신 정보 공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주택과 도시 개발에 관한 이슈를 다루는 대표적인 잡지 3개(S&RO, Tijdschrift voor de Volkshuisvesting, Nova Terra)를 발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미래에 관한 전망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서비스 하고 있다.
Stimuleringsfonds voor Architectuur, BKVB, Europan, Archiprix
Stimuleringsfonds voor Architectuur는 건축, 도시계획, 조경, 실내건축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 연구, 출판, 실무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에서 제공하는 기금이다. 크게는 건축, Belvedere(문화, 역사 관련), HGIS(해외 프로젝트) 세 분야로 구분되며 지원자의 국적에 관계없이 매년 4차례의 응모 기회가 주어진다. 건축이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들을 분석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도출하기 위해 건물 완공에 관련된 자금을 지원하기 보다는 주로 학문적 개발, 지식 교환, 문화 역사적 해석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건축 전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장시키는데 그 목적을 둔다. OCW, VROM, LNV, Bu Za(외무부)로 부터 기금 조성을 지원받으나 모든 결정은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주로 출판물에 대한 협조가 두드러지며 Far Max를 비롯한 다수의 디자인, 리서치 관련 서적들이 이 기관의 도움을 받아 출판되었다.
BKVB는 시각 예술, 디자인, 건축 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을 담당하며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또는 문화, 예술을 중재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 대상에 포함시킨다. 이들의 작업, 연구, 출판, 전시는 물론이며 해외 유학, 해외 체류, 여행과 같은 부수적 활동까지도 폭넓게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다. 다만 학교 졸업 후 4년 이내의 젊은 건축가, 네덜란드 거주증을 소지한 자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며 지원서는 반드시 네덜란드어로 작성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유럽의 도시성'에 대한 젊은 건축가들의 진지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탐색하는
Europan은 70년대 프랑스에서 건축가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프로그램 PAN(Programme d'Architecture Nouvelle)에 최초의 기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80년대 전 유럽에 걸쳐 뿌리를 내려 현재는 2년에 한번씩 20여개국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대대적인 설계 경기로 발전하였다. 40세 미만의 젊은 건축, 도시계획가들을 대상으로 모두 동일한 조건아래 공모가 진행되며 1등을 한 팀에 대해서는 건물을 실제로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각 국의 위원회에 의해 제시된 대지에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해법이 요구된다. 네덜란드는 1988년부터 유로판 연합에 가입하게 되었으며 OCW와 VROM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Archiprix는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 기관을 졸업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열리는 설계 경기로서 건축, 도시, 조경 디자인 관련 학교의 졸업 작품이 출품 되는 만큼 그 다양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삼는다. 또한 이를 통해 디자인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학생들이 국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계기를 마련한다. 설계사무소, 보험사, 시행사 등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시스템 또한 주목할 사항이다.
로테르담의 지방 자치 단체와 활동들
CIC, AIR
CIC(City Information Center)는 관광객을 위한 VVV의 역할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보자면 로테르담 시민들을 위한 도시 정보들을 다루는 곳이다. 시민 활동의 중심지에 위치하여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는 정보 센터는 거대한 도시 모형을 통해 방문자들이 로테르담의 미래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는 2040년까지 있을 Randstad(환경 보호를 위해 네덜란드 중심에 형성된 거대 녹지 green heart 주위를 둘러싼 중심도시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헤이그, 위트레흐트가 대표적) 발전 계획에 대한 전시가 VROM의 주최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10월에 개최하는 Bouwputtenfestival 행사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대규모 개발 현장을 홍보하여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개발 이슈를 공론화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로테르담 건축 정보 센터인 AIR는 로테르담과 주변 광역 도시 내에서 활동하는 건축, 도시계획, 조경가들의 공공적이고 전문적인 소통을 도모한다. BNA가 '건축의 날' 행사를 진행할 때 로테르담에서는 AIR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문화,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기념비적 건물들을 선정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이드 투어를 기획한 '모뉴먼트 데이'를 실천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CIC가 로테르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전달과 도시의 발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AIR는 건축의 디자인과 문화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는데 그 목적을 둔다. 로테르담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건축 행사에 관여하며 젊은 건축가들이 실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그들의 작업을 대신 선전해주는 Maak을 발행한다.
IABR
IABR(International Architecture Biennale Rotterdam)은 2001년에 설립된 기관으로 건축은 모두의 관심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 하에 건축과 도시에 관한 연구 결과의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특정 도시 상황과 관계된 긴급한 사회적 이슈를 파헤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메인 전시를 중심으로 회의, 강의, 워크샵 등의 활발하게 전개되는 부수적 활동들이 주제의식을 보강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가 처한 현실을 국제적 맥락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범지구적 문화와 국부적 환경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약 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행사는 디자이너, 교수, 학생, 정치가, 부동산 개발 주체와 투자자를 아우르며 이러한 참여가 사회단체를 넘어 모든 시민들의 일상으로 확장되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2003년부터 열린 비엔날레는 각각 '이동성', '홍수', '권력'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으며 2009년에는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국제적 설계 사무소 KCAP의 설립자인 Kees Christiaanse를 큐레이터로 임명해 '열린 도시'에 대한 다양한 이슈와 가능성을 다룰 예정이다. 2회, 3회 비엔날레에서는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의 역할이 컸지만 4회에는 큐레이터가 학장을 맡고 있는 스위스 에테하(ETH) 도시설계학과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로테르담 2007: 건축의 도시
도시의 국내외적 위상을 높이고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시 정부의 의지는 매년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 로테르담이 기존에 갖고 있던 유무형의 자산을 홍보하고 향후 발전될 가능성을 찾아보는 시도로 이어졌다. 2000년을 시작으로 6회째를 맞이하는 행사는 유럽연합, 문화수도, 친수환경, 스포츠, 친환경 등의 주제를 선보였는데 2007년에는 특별하게 100년의 역사를 갖는 로테르담의 근현대 건축을 부각시키는 해였다. 프로그램 기획과 재정 후원을 모집하는 OBR(Ontwikkelingsbedrijf Rotterdam)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 시민들과 건축 관계자들의 관심과 소통을 이끌어냈는데 40개의 우수 건물을 선정해 도시 전체를 지붕 없는 전시장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건물은 멀리서도 인식될 수 있도록 보라색 시트지로 입면을 장식하였으며 개인이 자발적으로 투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건물에 대한 설명을 오디오 파일로 만들어 공개하였다. 그 밖에 쾌속정과 자전거를 이용한 공식 가이드 투어가 제공되었으며 NAi에서는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을 재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쿤스트할에서는 건축 비엔날레를 개최해 도시 전체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끊이지 않았다.
민간 사업 부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한순간에 폐허로 변한 로테르담은 전후 주택 재건을 위해 조립식 주택을 실험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였고, tabula rasa 상태에서 시작된 개발은 주변 맥락을 고려할 필요를 덜어 현대 건축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 최대의 내항이었던 로테르담 항구가 북해를 매립한 땅으로 이전함으로써 비워진 대지는 오피스와 고층 주거들이 밀집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 둘 씩 자리잡은 회사들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로테르담이 현대 건축의 전시장이자 담론 형성의 진원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중앙/지방 정부의 정책적 지원 외에도 OMA, West8, MVRDV, Neutelings Riedijk, KCAP로 대표되는 주요 건축 회사들의 네트워크 또한 주목해야 한다. 민간 부분에서 축적한 다양한 노하우와 고등 교육기관에서 시도하는 실험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서로를 자극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010과 같은 건축 전문 출판사가 이들의 컨텐츠를 확대 재생산 하는 전략도 비공식적인 민관협력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렘 콜하스는 그의 책 S.M.L.XL에서 80년대의 로테르담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로테르담은 아무런 수요도 창출하지 않는 도시이다. 다른 유럽의 평범한 전후 재건 도시와 같이 황량하고 특징이 없으며 역사, 자부심, 흥미, 유혹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적 매력이 부족한 까닭에 그런 걸 즐길 여유가 없는 건축가들에게는 사무소를 설립할 최적의 장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건축이 상품화되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아이들은 교육과 놀이를 통해 건축을 익숙하게 바라본다. 건축 센터에서는 전시, 회의를 유치하며 학교에서는 공개 특강을 통해 정치, 경제, 환경과 같은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고민한다. TV에서는 행정가와 건축가가 출연해 지역의 새로운 개발 계획과 공사 현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시청에서는 시민들의 공론을 수렴하는데 적극적이다. 국가 주도의 건축 정책을 필두로 하여 이렇게 지방 정부와 민간 부분이 다양한 층위로 개입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계가 얼마나 입체적이고 튼튼하게 조직화되었는지에 따라 정부에서 수립한 정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참고서적
1. action program on spatial planning and culture, architecture and belvedere policy 2005-2008
2.the chief government architect and the policy on architecture/atelier rijksbouwmeester 출판
3. constructing the netherlands/marc a. visser 저/thoth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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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건축사협회에서 발행하는 건축사에 기고했던 글이다.
원고료도 못 받는 일이란 걸 알고도 정말 열심히 썼는데 편집 과정에서 대폭 생략되고 심지어 마지막 사진은 다른 걸로 대체된 것을 보고 무척 기운이 빠졌었다.